[프라임경제]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송유관 파공 기름유출 사고는 사건축소에만 급급했던 GS칼텍스와 초동대처에 미숙함을 드러낸 해경, 도선사의 과신 등이 종합적으로 얽힌 인재(人災)형 재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4일 여수해경과 GS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사고의 원유유출량은 GS칼텍스가 애초 발표한 추정치(800L, 4드럼)보다 무려 205배나 많은 16만4000L(820드럼)인 것으로 해경 조사결과 잠정 밝혀졌다.
그것도 낙포 원유2부두 운영사 측이 신고한 것이 아니라 여수항만청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상황실에서 기름띠를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한 것이었다.
여수 낙포 원유2부두 운영사인 GS측이 기초적인 유출량을 축소 보고함으로써 해경의 효과적인 선제적 방어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뒤늦게 나타난 윤진숙 해수부 장관조차 "보고받기로는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말한 배경도 해경의 보고가 전제됐음을 암시하고 있다.
여수 신덕마을 해상에 쳐놓은 오일펜스.= 박대성 기자 |
'바다경찰' 해경의 안이한 대응도 비난수위를 높이고 있다.
송유관 충돌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1월31일 오전 9시35분께다. 항만청 관제센터가 해경에 신고한 시간은 20분 후인 9시57분이었다.신고를 받은 해경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제정 16척을 급파했으나 현장도착 시각은 10시36분이었다.
기름유출에서부터 출동까지 초동대처 시간이 1시간이나 지나 송유관 기름은 이미 바다를 향해 '콸콸' 쏟아지고 있을 때였다. GS 측도 우왕좌왕하다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1시간 동안 원유가 쏟아져 유출량은 16만리터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는 추정치도 제기되고 있다.
예인선을 동원해 안전하게 접안시키는 역할을 맡는 '도선사(導船士)'의 방심도 컸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국적 '우이산호'는 부두접안을 앞둔 평상시 속도인 3~5노트를 지키지 않고 무려 7노트 속도로 접안을 시도하는가 하면 송유관 충돌위험에 다다르자 후진까지 시도하는 등 도선사의 미숙한 운영이 쟁점으로 키워지고 있다.
사고를 조사중인 해경은 "당시 도선사 2명의 음주운전은 없었다"고 단언했으나, 비정상적인 속도로 유조선 접안을 유도한 것은 또 다른 사정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당시 여수신항 쪽에는 유조선 '우이산호'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반대 편에서 또 다른 컨테이너선이 오동도 방면에서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 인근 어민들의 제보다.
두 대형선박이 자칫 충돌 위험이 있을수 있어 평소같으면 한쪽에서 기다렸어야 했는데, '빠른 통과'를 선택하다 적재무게를 이기지 못한 유조선이 미끌어지다시피 송유관을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부분에 대한 해경의 집중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해경은 유조선이 7노트로 빠르게 돌진한 이유에 대해 "우리도 궁금하다"며 속시원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항간에는 말못할 사정이 있는거 아니냐는 추측도 나돈다.
여수해경의 한 관계자는 "사고당시 영상인 VDR에 선박운항 정보가 담겨있어 이번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여수지방해양항만청은 오는 6일 오후 2시 중회의실에서 '낙포동 원유2부두 기름 유출사고 피해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해수부, GS칼텍스, 해경, 여수.광양시청, 경남 남해군청, 신덕어촌계, 만흥어촌계, 보험사, 해운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