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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이미지메이킹] 용서하라, 그리고 또 용서하라

이은주 이미지칼럼니스트 기자  2014.02.04 1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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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마음에 바르는 연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다. 세상의 가시에 찔려 누구든 마주하기 어렵고 숨고만 싶었던 때, 그때는 세상 모두가 복수의 대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닌, 누구든 생에 한번쯤은 겪는 일인 것도 같다. 내 곁에 있는 많은 이들 역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세상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던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오늘이라고 다를 바 없다. 2014년의 대한민국은 복수에 극도로 민감해져 있다. 비방과 인신공격, 그리고 허위 사실 유포 등 그 어느 시절보다 복수를 부르는 상처 거리들이 넘쳐나는 시절이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세상으로의 전환이 가장 큰 기폭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지는 무형의 집단 린치(lynch). 이에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 생길지 모를 상처들에 잔뜩 위축돼 있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에 국한돼있던 온라인 린치는 이제는 그 범위가 극도로 확대돼 불특정 일반인들에게까지 그 마수가 뻗쳐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해야 하는 말 그대로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책 '복수의 심리학'을 살펴보면 심리학자 마이클 맥컬러프는 복수를 "자신이 어떤 사람 혹은 집단으로부터 해를 입었다는 느낌에 대한 방어다"고 정의했다. 말인즉슨 해를 입지 않아도 해를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복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삶이 각박해져간다는 것, 아마도 저마다 마음속에 크고 작은 복수심을 품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해를 끼칠 것 같은 불안감은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번져 있어 이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에 부칠 단계에까지 이르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언제나 스스로의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온 존재다. 마이클 맥컬러프 역시 복수심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명시했고 인간 본성에 복수심과 용서하는 능력이 같이 내재한다고도 했다.

용서하는 능력.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 능력 중에서 가장 활용하기 어려운 능력일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용서란 단어를 쉽사리 생각하지 못했고 또한 할 생각도 없었다.

"은혜는 돌에 새기고 상처는 물에 새겨라."

그때 내 눈에 띈 한 구절. 그 구절은 나를 혼내고 또 혼내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게 만들어줬다. 
  
예전의 나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때의 상처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상처를 돌에 아로새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상처들, 물에 써서 미련 없이 흘려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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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에 푸르른 날들 속 감사의 마음들만 돌에 새기도록 하자. 그리고 어떤 시 구절처럼 사랑하자.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