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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TV홈쇼핑, 하루하루가 마지막?

정수지 기자 기자  2014.02.03 15: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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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설 연휴, 나흘 넘는 휴일동안 TV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보게 된 홈쇼핑방송에서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마지막 방송' '마지막 기회'라던 쇼호스트의 말에 현혹돼 몇 달 전 구입한 제품을 다시 만난 것이다. 분명 그때 구입한 물건과 똑같은 구성이었지만 가격은 더 저렴했다.

'속았다'는 마음에 옆에 있던 어머니께 볼멘소리를 했더니 "아직도 '처음이자 마지막 방송'이라는 홈쇼핑 속 말을 믿냐"는 핀잔만 돌아왔다. 
 
분한 마음에 인터넷에 '홈쇼핑 매진 임박'이라는 단어를 찍어보니 예상보다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잠이 안와 TV 채널 돌리다 홈쇼핑을 봤죠. 새벽 3시가 다 되가는 시간인데 화면에 '매진 임박'이라는 문구가 뜨더군요. 몽롱한 효과를 노린 상술인지…" "'곧 매진입니다. 대기시간이 깁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왜 마음이 급해지는 걸까요? 강박증이 도져 그만 6만원어치 넘게 구매했어요" 등의 호소가 의견 대부분을 대변했다.
 
이처럼 평상시 평정심을 유지하던 소비자도 눈여겨본 상품을 발견한 순간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등 예상치 못한 소비까지 이어졌다는 내용이 다반사다.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007년 8월, 소비자 불만을 줄이고자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TV 홈쇼핑 사업자는 △처음 △마지막 △단 한번 △주문쇄도 △매진임박 등 표현을 허위로 사용할 수 없게 됐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이에 대해 홈쇼핑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 방송에 따른 금지어는 없다"며 "실제 매진이 이뤄지는 제품에 한해 그렇게 명시하고 있을 뿐 허위가 아닐 경우 문제될 것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처럼 얄미운(?) 답변도 그렇거니와 문제는 방송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실제 해당 제품이 진짜 매진에 임박한 것인지, 혹은 진정한 마지막 구성상품인지 판단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준비된 몇 개 제품 중 몇 개가 팔려 매진에 다가갔는지, 정가에서 얼마까지 내릴 예정인지 화면을 통해 알리는 것은 홈쇼핑방송사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홈쇼핑업체는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근거 없는 표현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진실된 정보로 소비자들을 구매로 이끌어야 하건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런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때 법 제정에 나서는 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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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맞물려 홈쇼핑업체들이 당국의 감시망에 적발된다고 하더라도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제시'나 '시청자 사과'등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것에서 벗어나 확실한 징계를 내림으로써  소비자를 기만한 판매에 열중하는 꼼수를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선행돼야 할 것은 홈쇼핑업계가 '한번 등 돌린 소비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유통업계의 기본원칙을 다시 곱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