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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유출사고 최대피해자 '생계형 콜센터상담사'

[긴급진단-개인정보 사태 후폭풍]…④ 직영·아웃소싱 관계없이 계약해지 없어야

김상준 기자 기자  2014.02.03 13: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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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출근에 출근했더니 일거리가 없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폭탄발언을 들었습니다. 설날에도 친척들의 모든 화두는 카드를 새롭게 받아야하는지 2차 피해는 없는지 친척들에게까지 상담을 해줘야 했습니다."

A카드사에 근무하는 김희순(38세) 상담사는 상담 경력 15년의 베테랑 상담사며 회사 내에서도 우수사원으로 여러 번 뽑힐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평생직업이라 믿어왔고 인바운드 상담사를 12년간 하다가 아웃바운드를 시작한지 3년 만에 이 같은 통보를 받은 그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의 TM영업금지 결정으로 인해 12만명에 달하는 생계형 콜센터 아웃바운드 상담사들의 실직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생계가 막막해졌다.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의 TM영업금지 결정으로 인해 12만명에 달하는 생계형 콜센터 아웃바운드 상담사들의 실직이 불가피해졌다.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의 고충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프라임경제

더 안타까운 것은 자녀 세 명과 친정 부모님을 혼자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부양을 위해 인바운드보다 일이 조금 힘들지만 급여가 많은 아웃바운드를 선택하게 됐다. 보험판매에 필요한 보험코드번호도 취득해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분통터지는 것은 KCB 전산담당이 1600여만원을 벌기 위해 1억건에 가까운 데이터베이스(DB)를 유출해 그 나비효과로 자기의 일자리가 없어질 위기에 처해졌다"며 안타까움을 절절하게 토로한다. 1600억원도 아니고 그만큼 자신들의 DB가 가치가 없는 것인지 아님 100만원이 필요한 사람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빼내서 팔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것인지에 대한 분노도 여전하다.

실제 엄연히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업법 등 개인정보 수집에서 활용 파기까지를 규명하고 있는 법이 있지만 법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상담사들의 생계까지는 생각하지 않던 정부는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지난달 26일 오후 업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도 않고  TM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출근한 상담사들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고 사용업체, 아웃소싱업체 담당자들 역시 혼이 빠진 한 주였다. 카드사나 보험사는 당장 수익의 중요한 채널인 TM아웃바운드가 중지돼 어떻게 수익을 올릴 것이냐는 문제와 더불어 근로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사용업체의 경우 DB수급이 안됨은 물론 업무가 중단돼 일을 시킬 수 없게 되고 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를 어떻게 지급해야 하는지, 또한 기본급만 줄 것인지 아님 무급휴가를 줄 것인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용업체 소속 상담사의 경우 사용업체의 정규직이나 계약직 신분이기 때문에 업무의 전환배치나 휴가를 통해 두 달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아웃소싱업체의 경우 사용업체가 업무가 중단된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이는 일부 아웃소싱기업의 경우 2000명이 넘는 상담사들이 업무에 투입되지 못하는 현실을 초래했다. 도급비를 받아야 상담사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아웃소싱기업은 업무 중단으로 임금을 줄 수 없게 됐고 1인당 평균 200만원에 이르는 급여 40억원을 미지급하게 됐다. 도급비의 대부분인 상담사 급여를 제외한 2~3%로 회사를 운영하기 때문에 사용사들의 도움 없이는 아웃소싱업체 자체에서 상담사를 끌고 가기란 힘들다는 결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아웃소싱기업들이 사용업체들로부터 1월말까지만 상담사에 대한 급여를 주고 2월부터는 상담사를 빼라는 통보를 받았다. 두 달간 상담사에게 급여를 줘가면서 그들을 안고 가기란 쉽지 않은 처지에서 아웃소싱기업들의 고민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 대부분의 아웃소싱기업들이 토탈 아웃소싱으로 업무를 수주해왔기 때문에 인원 문제와 더불어 운영 중인 센터 처리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2000명의 상담사가 근무할 수 있는 건물의 임대료와 관리비는 월평균 3억원 정도로 두 달간 건물을 비워두고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카드사나 금융사들이 4월부터 다시 원래대로 상담사를 다시 고용해서 업무를 재개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개인정보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이 뻔하고 그렇기 때문에 TM이 아닌 다른 방법이나 채널을 통해 영업을 계획한다면 상담사들이 두 달을 잘 버틴다 해도 돌아올 직장이 없어지게 된다.

아웃소싱기업 역시 두 달 후 다시 원래대로 업무가 정상운영된다고 하면 희망이라도 생기겠지만 두 달이라는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면 그들의 피해는 더욱 더 누적될 게 뻔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정부 당국은 국민의 원성을 달래기 위해 극단의 처방인 TM영업정지를 선언했다. 당국자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몇 명이 일자리를 잃느냐에는 관심이 없던 것은 물론 얼마나 일자리가 없어질지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 흘러나온 전언을 빌리면 금융위의 한 고위직 간부의 경우 "(이번 조치로 인해) 한 만명 정도 일자리를 잃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라이나생명 한 곳만 따져도 TM인력이 6000명을 넘는 상황인 만큼 업계 형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카드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잘잘못을 따지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해 아웃바운드에 종사하는 12명에 달하는 무고한 상담사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한 명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에서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올 한 해 동안 많은 돈과 노력을 기울여 만들려고 하는 10만명보다 두 배가 많은 인원이 단 하루 만에 없어지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생계형 종사자가 많은 상황에서 그 가정까지 피폐해지는 것은 국민 경제에도 큰 타격이라는 비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