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기자 기자 2014.01.28 16:06:08
[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지난해 신년사를 내지 않았던 신세계그룹은 올해도 신년사가 없었다. 대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초인 지난 6일, 임직원 120명이 모인 자리에서 50분간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31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17만명을 고용하겠다는 향후 10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이 강조한 것은 과감한 투자와 대대적인 고용창출. 정 부회장은 "향후 10년간 새로운 유통 업태 발굴, 집중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며 혁신이 우리를 그 길로 이끌 것"이라며 "시장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창조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신세계 |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사실상 지난 2012년 정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했던 경영화두인 '성장'과 '공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매년 반복되는 이슈로 여겨진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주력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어려운 환경이지만 투자와 성장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정용진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일선에 나선 2009년 이후 신세계그룹 신년사의 키워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2010년 '온라인 사업 강화', 2011년 '미래 10년의 큰 그림을 준비하는 한해', 2012년 '성장'과 '공존'으로 귀결됐다.
올해 경영전략 워크숍을 통해 정용진 부회장은 10년 후를 위한 '혁신'과 '성장'의 일환으로 △옴니채널 추진 △복합쇼핑몰 사업 확대( △자체상표 상품(PL) 개발 역량강화 등을 주문했다.
◆인터넷‧모바일 '옴니채널'…시작만 하면 제동?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 사업에 남다른 기대를 품고 있다. 직접 꼼꼼히 챙길 정도로 온라인의 성장성과 사업성에 높은 평가를 내리지만 정 부회장이 온라인과 관련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마다 적잖은 악재 역시 따라다니며 그의 행보에 적신호를 보내왔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경. ⓒ 신세계 |
그러나 2010년의 키워드로 제시된 온라인 사업 강화는 정용진 부회장이 당시 신성장동력 차원에서 '온라인몰 1위'를 위한 여러 사업계획을 직접 진두지휘했음에도 불과 두 달 뒤 신세계닷컴 회원 330만명의 개인정보가 중국 해커에게 유출되면서 혹독한 시련을 맞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 부회장은 유통 채널이 다양화되고 인터넷, 모바일 등 통신시설의 발달로 온라인 몰 사업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온라인 사업 강화' 방침을 선언했다.
이 일환으로 향후 2~3년 안에 온라인 장보기·백화점몰 사업을 강화하고, 통합사이트인 SSG 닷컴의 사업 영역 확장, 온라인 전용물류센터 등의 확대 등을 통해 비용 효율화 및 매출 극대화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일 문을 연 통합 사이트 SSG닷컴이 기술적 문제로 불과 한 달 만에 구매, 배송, 반품, 환불 등 모든 상품 구매 시스템이 정상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 부회장의 온라인 사업은 또 한 차례 홍역을 앓고 있다.
◆올해 주요 투자 대상은 복합쇼핑몰?
정용진 부회장이 신성장 사업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사활을 거는 것은 '복합쇼핑몰'과 '지역 1번점 전략'으로 분석된다.
신세계 센텀시티 전경. ⓒ 신세계 |
이를 위해 신세계프라퍼티라는 법인을 설립했고, 백화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형 상권 점포의 경우 10개점 이상 늘려 지역1번점을 구축할 것임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2년에도 "올해는 복합 쇼핑몰과 온라인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보강해 이 두 분야에서 업계 최강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백화점의 '지역 1번점' 전략을 선언한 바 있다.
2011년 역시 "백화점부문이 전점포가 상권내 1번점 위상을 확보해 줄 것과 동대구, 대전, 안성 프로젝트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 청사진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마트, 저가 이미지 구축으로 대형마트 1위 유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마트의 경우 올 한해 "저가격 이미지 구축으로 대형마트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할 전략"이라며 "향후 자체상표 상품(PL) 개발 역량을 강화"를 내세웠다. 아울러 저성장 시대에 점포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입에서 물류까지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힘쓰기로 했다.
신세계 SSG 홈페이지 사진 캡처. = 프라임경제 |
그러나 지난 2011년에도 신년사를 통해 정용진 부회장은 △바잉파워의 확대 △LCO(Low Cost Operation, 저비용운영) 강화 △매입과 물류체계의 개선 등을 주문한 바 있다. 아울러 2012년 역시 해외 직소싱 강화와 효율적인 물류체계 구축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업계 선도 기업 지위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채용, 이마트 기간제 및 골목 상권 논란 달래기?
그나마 신세계 전략 중 올해 처음 등장한 것은 대규모 고용 창출 이슈다. 그러나 업계는 지난해 초부터 발생된 이마트 불법사찰 및 노조설립 방해 이슈를 대대적인 고용창출이라는 안전망으로 덮어 논란을 피하려한 얄팍한 꼼수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참신함이 돋보이는 전략으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천안아산점 외부 전경. ⓒ 이마트 |
신규 채용은 지난해 실적2만3000명(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인력 1만1000명, 시간선택제 일자리 2000명 포함)에 이어 올해는 1만2000명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초 직원들에 대한 불법사찰과 노조설립 방해 등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으며 지금까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풀리지 않는 매듭을 이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지난해 4월 도급 사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정년을 넘긴 55살 이상 직원들을 1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는 조건으로 고용했다가 지난해 12월, 3월부터 주당 25시간 일하는 시간제 일자리 근로계약을 맺겠다고 통보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 다시 비난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정용진 부회장 등이 기소된 데 이어 지난 27일 두 번 째로 피고소·고발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아울러 지난해 말 국감 자리에서 편법 SSM 논란이 되면서 정용진 부회장은 "향후 같은 형태로 추가 출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최근 편의점 진출에 나서며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