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의 '본때' 으름장이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에 도통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통사 불법보조금과 전쟁을 선포한 방통위 약발이 다했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보조금 출혈경쟁으로 인한 소비자 이용차별 폐해를 막기 위해 이통사에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해 왔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지난해 11월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통사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 같은 으름장 이후 방통위는 이통3사에 1064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과징금 조치를 내렸다. 조사 결과 영업정지 수준은 아니었다는 설명도 뒤따랐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이 위원장의 본때가 말뿐이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연초부터 이통사는 불법보조금 경쟁에 돌입했다. 밤과 새벽시간대 온라인을 통한 '치고 빠지기' 보조금은 도를 넘는 수준까지 치달았다.
최신스마트폰 가격은 하루아침에 0원으로 떨어졌다. 보조금 지급이 어렵기로 유명한 아이폰5S는 15만원까지 가격이 폭락했다. 많게는 스마트폰 한 대당 100만원에 가까운 불법보조금이 시장에 유통된 셈이다.
방통위 시장모니터링 결과에 지난 3일 7만6000건, 23일 14만건 등 번호이동 건수가 일일 시장과열 판단기준인 2만4000건을 크게 초과하는 경우가 많고, 보조금 수준도 위법성 판단기준인 27만원을 초과한 70만원 이상 지급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이통사 관계자들조차 "스마트폰을 사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방통위 제재조치가 시장에서 제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하자니 씁쓸함은 더한다.
상황은 이렇지만 방통위의 불법보조금 시장조사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 위원장도 이에 대해 통감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시장조사 인력은 줄었지만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단통법이 통과되면 인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 시장조사 인원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전국 이통사 대리점과 온라인 판매망 등을 모니터링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통사가 주말이나 새벽시간에 게릴라성 보조금을 투입하는 등 불법보조금 지급 수법이 진화하고 있지만, 시스템과 인력 보강은 여전히 제자리다.
방통위는 지난 27일 이통사 불법보조금 사실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다시 한 번 나섰다. 역대 최대 과징금 제재조치를 내린 지 딱 한 달 만이다. 방통위는 집중조사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위반사업자 과징금 부과와 과열주도사업자에 대한 선별적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