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새로운 10년, 제2기 신경영을 구축하는 원년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는 더 이상 기존 '영업전략, 운영모델, 관리방식'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현 회장이 올해를 기점 삼아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로 다짐한 고강도 혁신을 언급한 것.
단기적으로 현재 그룹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의도인 셈이다. 이를 위해 작년 발표한 그룹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충실히 이행, 그룹 주축인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등 타 계열사들과의 시너지효과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 회장은 '단기 생존역량'과 '중장기 재도약 기반' 확보를 위해 제시한 주요 다섯 가지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 3사 매각 '초강수'로 유동성 살려 '경영효율성 극대화'
현대그룹은 우선 단기적으로 '경영효율성 극대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당면과제인 유동성 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이미 지난 연말부터 금융 3사 및 현대상선 자산 대거 매각 등 그룹 다운사이징을 골자 삼은 자구안을 시행 중이다.
현대그룹은 우선 단기적으로 '경영효율성 극대화'에 집중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고강도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 현대그룹 |
특히 유동성 문제해결과 동시에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을 위해 그룹 한 축에 해당하는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 매각으로 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자구안이 현대증권 매각을 필두로 한 '금융업 철수'라는 초강수라는 점과 자구안 규모가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다.
또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구조를 조정해 약 1조5000억원을 조달하며 △국내외 부동산 △유가증권 △선박 등도 매각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소재 부동산과 보유 중인 유가증권도 포함된다.
사업포트폴리오 조정과 자산매각, 조직효율화 등 자구노력을 끊임없이 검토해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를 지향하는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게 현 회장의 주문이다.
◆중장기 목표로 핵심역량 강화…남북협력에도 앞장
두 번째 과제는 중장기 재도약을 위한 '핵심역량 강화'다. 현재 경제 환경을 정확히 관찰하고 이에 적응해 스스로를 변모시켜 나가는 혁신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중장기 재도약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개발하고 강화한다는 목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현대그룹 |
네 번째로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남북협력에 앞장서 나갈 것을 주문했다. 비록 지난해는 남북관계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컸지만 '상호협력과 공존' '평화와 번영’의 흐름은 역사의 한 축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며 이 과정에 현대그룹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포부다.
마지막으로 임직원 개개인이 모두 개개인의 본분을 다 할 수 있도록 조직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현 회장은 "올 한해 자구계획 이행을 위한 계열사와 사업부 매각 등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지킬 것은 기업가치의 보존과 확대"라며 "조직에 많은 변화가 있을지라도 단단한 정신무장과 성숙된 업무자세로 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사회에 이바지해야하는 본연의 의무를 다해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