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억건의 고객정보를 유출시킨 KB국민·롯데·NH농협카드가 카드 재발급 및 해지 후폭풍에 시달리는 것과 맞물려 해당 카드사 설계사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최근 불거진 고객정보 유출로 카드발급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조만간 영업정지가 실행되면 3개월간 신규가입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최근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이 변심해 카드를 해지할 경우 해지수수료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카드설계사는 총 3만4683명으로 이중 KB국민카드는 1200명, 롯데카드 2000명, NH농협카드가 700명 수준의 설계사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불거진 고객정보 유출로 카드설계사들의 영업이 거의 불가능해진 것. 카드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카드 재발급과 해지가 계속되며 신규 카드를 발급받겠다고 나서는 고객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6일 오후 9시 기준 카드 3사에 재발급을 요청한 건수는 299만8000건이며 해지 173만7000건, 탈퇴 65만건이었다.
전광원 전국신용카드설계사협회 회장은 "이번 고객정보 유출로 현장에서 일하는 생계형 카드 설계사들은 영업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며 "설계사를 통해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은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불만을 설계사에게 쏟아내 총알받이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외에 다른 카드사 설계사들 또한 고객들의 불안감으로 취소사태가 일어나며 덩달아 영업전선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카드사 설계사 A씨는 "고객정보 유출로 카드설계사들은 하루에 카드 한 장을 발급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제2의 카드대란을 맞이한 것처럼 후유증이 엄청나다"고 불평했다.
이런 가운데 내달 중 카드 3사가 3개월간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해당 카드사 설계사들은 수입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사실상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전 회장은 "현재도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영업을 하면 그 다음달 수수료가 지급돼 설계사들은 결국 5개월간 수입이 없게 된다"며 "카드사의 잘못으로 설계사까지 직격탄을 맞은 상황인데도 회사는 어떠한 설명도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대책 마련은 더딘 상황이다. 현재 각 카드사는 영업정지 시 카드설계사 수익보존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적당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롯데카드는 2월 발급되는 카드에 대해서는 기존 모집수당의 2배를 지급하고 영업정지 3개월 동안 직전 3개월 수입의 70%를 보존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카드도 직전 3개월간 평균 급여를 감안해 일정부분 설계사 수입을 보존해 주는 방안을 의견수렴을 통해 이번 주 중 확정지을 계획이다. KB국민카드도 설계사 수당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발생하면 설계사 이탈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생활안정자금을 지급하는 차원에서 방법을 논의 중"이라며 "수당 보존 외에도 다른 업무를 맡기면서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카드 해지가 대량으로 발생하며 설계사들은 '해지 수수료'에 대한 고민도 떠안게 됐다.
현재 카드사들은 카드 발급 때 2만~3만원에 해당하는 발급수수료를 지급하는데 보통 6개월안에 해지가 발생하면 설계사들은 해지수수료로 이 수당을 카드사에 반납해야 한다. 신규 카드발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불안감으로 카드를 해지하는 고객이 늘며 설계사들은 해지수수료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현재 롯데카드는 카드 발급 후 2개월, KB국민카드는 6개월안에 고객이 카드를 해지하면 설계사가 해지수수료를 내야 한다. NH농협카드는 해지수수료 제도가 없다.
전 회장은 "설계사들은 고객 유치를 하며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게 되는데 해지가 늘어나며 발급수당은 반납하고 유지수당까지 받지 못하게 돼 적자상태"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