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4.01.27 14:38:36
[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탈세와 배임 등의 혐의를 이유 삼아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정밀진단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해 관심을 끌었다. 최근 사법부가 재벌 일가에 보내고 있는 싸늘한 시선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 벌어진 이유에서다.
◆조석래 회장 출국금지 뚫고 미국행…무뎌진 사정 칼날?
거액의 횡령·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형제나 모자가 검찰 기소 단계에서부터 구속되거나 법원이 법정구속 한 결정과 달리 효성그룹은 총수 부자가 동시에 불구속됐다.
지난해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았던 효성그룹이 오너 리스트에도 불구, 2014년 내실다지기를 다짐했다. 사진은 서울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 사옥. ⓒ 효성 |
조 회장의 미국 출국이 관심을 끄는 이유도 비슷하다. 불구속기소 이후 출국금지 상태였던 조 회장에 대해 검찰이 다음달 5일 공판 전까지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받고 일시적으로 출금 조치를 해제해 줬다.
과거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은 간암 수술, 이재현 CJ 회장은 신장 이식 수술이 임박해서야 구속집행정지를 받은 바 있다.
효성그룹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결정은 효성그룹은 물론 재계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재계 오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사법부의 칼날이 무뎌지는 조짐일까? 내달 5일 조 회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앞둔 상황에서 이는 아직 더 지켜볼 일이다.
최근 법원과 검찰이 효성에 대해 관대한 결정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오너 부재에 대한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조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연말 인사나 내년 사업 계획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는 것.
특히 효성그룹은 올해 연결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엽이익률은 지난해 2.7%에서 4.9%로 상승했는데 조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그룹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룹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그룹의 특성상 외국 경쟁사에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문제를 이유로 의도적인 흠집 내기를 할 수 있어 경영 악화가 걱정된다는 것.
이런 이유 때문인지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았던 효성그룹은 갑오년 새해 경영 목표를 '내실 다지기'에 뒀다. 오너리스크 문제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 대내외 위기를 돌파하고 재도약을 꾀하는 전환의 한해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규정·원칙 준수·적법한 업무처리 강조
이와 관련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은 지난 2일 조 회장을 대신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윤리경영과 책임경영을 통해 나날이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며 힘차게 도약하는 효성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글로벌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들의 시장 환경 및 경쟁관계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돌아보면 어느 것 하나 안심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고 말했다.
불구속기소 이후 출국금지 상태였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정밀진단을 이유로 출금 조치를 해제 받고 21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효성 |
이어 "이런 외부적 환경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있다"며 "회사 내 업무처리에 있어서도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고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해에는 임직원 각자가 잘못된 관행과 의식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 부회장은 "책임경영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경영 역량을 갖추고, 윤리경영을 실천해 정정당당하게 성과를 내는 기업풍토를 확립하자"고 당부하고 "기존사업은 물론 신규투자한 사업에서도 계획했던 성과를 기필코 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효성그룹은 투자·경영계획 심의 및 달성 점검을 통해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성과관리 체계 재정립 및 징계양정 기준을 명확히 해 성과엔 보상을, 부진엔 책임을 묻는 신상필벌 원칙을 강화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오는 2016년이면 우리회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과거의 구습과 관행, 안일한 자세에서 탈피해 변화와 혁신을 통해 힘차게 도약하는 효성이 되도록 새로운 기업문화를 확립하는데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운도 노력하는 자에게 온다'는 격언을 되새기고, 각자가 맡은 바 책임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다짐하고 보람 있는 한해를 만들어 나가자"고 덧붙였다.
◆꿈의 소재 탄소섬유 이어 '폴리케톤' 개발 성공…적극 육성
효성그룹은 올해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등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은 시장지배력을 더욱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를 의식한 듯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윤리·준법경영을 강조했다. ⓒ 효성 |
효성은 지난해 11월 최첨단 고성능 신소재인 '폴리케톤'을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에 성공했다. 폴리케톤은 나일론 대비 강도가 2.3배 뛰어나고 내마모성도 좋은 고성능소재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내외장재 등 고부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초고강도와 초고탄성도 특성을 갖고 있어 타이어코드나 산업용 로프, 벨트로 쓰일 수 있다.
2012년 울산에 1000톤 규모의 폴리케톤 종합 생산설비를 구축해 양산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5만톤 규모의 폴리케톤 공장을 추가로 세워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효성은 폴리케톤에 앞서 지난해 5월 탄소섬유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효성 측은 "탄소섬유는 무게는 강철의 20%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고부가가치 소재로 항공기 날개와 동체 같은 항공우주 분야부터 골프채와 자전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사업의 3대 축인 섬유와 산업자재, 중공업 부문별로 글로벌 1등 기업이 되기 위한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섬유 부문에서는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스판덱스의 신규 시장 진출을 통해 시장지배력 확대에 나서고, 산업자재 부문은 폴리에스테르 타이어코드,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용 원단과 국내 1위인 자동차용 카펫 등 핵심 사업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중공업 부문은 송배전 등 전력 분야의 기술력을 위시해 판매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 분야 신성장 사업을 적극 육성, 고수익 프로젝트를 발굴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