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연달아 해외로 출국, 금융네트워크 확대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바깥일'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과 업무제휴를 맺은 카타르커머셜뱅크(CBO)를 찾는 일정을 짰고, 김 행장도 미국을 방문해 하나은행 뉴욕지점 고객 초청행사를 여는 등 활발한 움직임에 시동을 걸면서 신년부터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연초부터 바쁜 해외 점검에 나선 것은 하나금융그룹이 '2025 비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 목표로 이익기준 국내 1위 은행 달성, 전체 이익에서 해외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 40%까지 확대와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 30%로 확대 등 굵직한 아이디어들이 선정됐다.
김 회장은 선포 당시 기자들에게 특별히 해외시장 공략을 강조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넓은 해외 영업망(글로벌 24개국 127개지점)을 갖게 된 데 뿌리를 둔 자신감으로 읽힌다.
◆해외영업망 효과 살리고 스마트 금융으로 플러스알파
하나금융그룹은 국내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신성장 전략으로 '스마트 금융'을 꼽고 있다. 김 회장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전자금융의 최강자가 되고자 한다"며 "현재 미래금융전략실을 지주회사 소속 특별팀(TF)으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영업망을 넓게 갖추고 있다는 점은 하나금융그룹 신성장 동력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든든한 자산이다. 사진은 금년 서울 하나금융지주 본사에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는 해외현지 직원들을 초청해 격려한 '해외현지 직원들과의 건강한 소통' 행사 당시 기념사진. ⓒ 하나금융그룹 |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는 조심스럽다. 국내 금융회사 M&A에는 당분간 뛰어들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당분간 투자 여력 한도가 크지 않고,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고려해 해외 사업부문과 투자(IB)부문을 키우는 방향을 점검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태도는 외환은행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를 본격적으로 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와 올해 순이익을 1조1000억원, 1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유진투자증권의 하나금융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은 '중립적'인데, 이익 모멘텀은 크지 않고 외환은행과의 합병시너지 가시화에 따른 이익증가가 필요하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성장이 크지 않았던 외환은행 중심의 성장전략(하나은행 6.6%, 외환은행 12.3%)은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마진(NIM)관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 후 시너지 아직은? '통합 구심점 확보에 촉각'
결국 외환은행 끌어안기가 해피엔딩이라는 점을 확실히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 주가 더 나아가서는 2025년까지의 비전 달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 회장 역시 "외환은행 인수 후 그룹 전체 임직원의 40%나 되는 외환은행 직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구심점으로서 비전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며 이번에 새롭게 비전을 선포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룹 전반의 강력한 구심점 기능이 절실하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해석된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간 시너지는 언제 본격화할까? 이 숙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주목된다. ⓒ 프라임경제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물론 하나SK카드, 하나생명 등의 사장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된다. 하나대투증권 사장직도 오는 6월말 임기가 만료돼 교체 가능성의 범위 내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제 그룹 전체의 장래가 걸린 긴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든든한 자금과 꼼꼼한 스케쥴 체크, 튼튼한 체력은 물론 유사시 플랜 B 등 요구되는 점이 적잖을 것이라는 점에서 하나금융그룹으로서는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띄우는 셈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금융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번 비전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