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B국민카드·롯데카드·농협카드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 고조되고 있다. 문제의 3개 카드사는 대국민사과와 경영진 줄사표로, 정부는 재발방지책을 발표해 성난 민심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2차 피해신고가 잇따르면서 현재 180만명이 카드해지 및 재발급 신청을 하는 등 해당 금융사 쪽은 아수라장이다. 피해자 측 130여명은 카드사들을 상대로 정보유출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른 혼란 가중은 당연히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나 이번 사건은 금융보안체제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소 시간차는 있겠지만 다양한 보안장치를 새로 선보이면서 기존 보안시스템이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전화통화로 진행됐던 금융상품 영업활동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무엇보다 카드금융사 콜센터에 인재를 파견하고 있는 아웃소싱업체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청사로부터 건네받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통화 영업을 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잘못은 없다하더라도 불법 유통된 고객정보를 영업활동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 무관한 콜센터 아웃소싱업체들까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인정보유출 문제로 사회 전체가 잔뜩 민감해진 터라 전화마케팅 자체가 경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걸려오는 전화를 처리하는 '인바운드' 분야는 별 문제 없겠지만, 콜센터가 소비자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 영업을 하는 '아웃바운드' 쪽은 일이 힘들어질 게 뻔하다.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했죠? 어떤 데이터를 보고 이렇게 영업하는 거죠?"라는 반응이 쉽게 나올만한 분위기다.
본 기자와 친분이 있는 한 콜센터 아웃소싱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콜센터 상담사의 일부가 해고 될 가능성이 높고, 콜센터시장 축소도 불가피할 것 같다"며 "관련업계의 인원손실과 경제적 손실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아웃소싱업계의 최근 처지는 '지어지앙(池魚之殃)'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연못에 사는 물고기의 재앙이란 뜻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으면서도 뜻하지 않게 힘든 일을 겪게 될 때 쓰이는 말이다.
다수의 콜센터 아웃소싱업체가 이번 일로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다. 나아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업계는 "정말 우린 아무 것도 몰랐다. 주어진 것만 가지고 고유의 영업을 했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는 일이다.
'금융사들의 허술한 보안시스템과 우린 상관없다'고 한 발 빼기보다는 함께 고개 숙이고 함께 일정 부분 도의적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원청사와 아웃소싱업체를 한 울타리로 인식할 뿐이지 구분 짓질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만큼 '억울하다'며 발만 동동 구를 것이 아니라, 또 날벼락 맞았다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넋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대책 마련에 나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콜센터 아웃소싱업계의 건전한 존재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는 것은 물론 함께 고민을 상담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최전선 서비스 협력자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