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새해 초에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경의 언급처럼 신년효과라는 것이 발휘되기 마련이다. 묵은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이 사회 전반에 반영되고 증시 역시 보통 우호적인 분위기로 새해를 열곤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대한민국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7% 이상 큰 폭으로 밀렸다. 며칠 사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14조원 이상이 증발한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아이콘인데다가 지난 4분기 실적 발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의 급락이라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시가총액 2위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상위 종목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총 상위종목 중심의 주가하락은 신년효과를 기대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마음에 한국경제에 대한 짙은 불안을 드리웠고 이 불안감은 올해 내내 투심을 짓누르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가의 급락 원인은 그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스마트폰시장의 성숙과 관련이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즉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이 시장 성숙에 따라 이제는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고 그 결과 삼성전자 실적이 이전만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전망에 따른 삼성전자와 관련업체들의 주가급락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시총 2위 기업인 현대자동차를 둘러 싼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해 수입차는 전년대비 19.4% 성장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이와는 반대로 현대기아차는 전년대비 1.2% 감소세를 나타내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차질이라는 것이 현대차의 변명이지만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의 선전과 비교할 때 궁색한 변명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의 부진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타페'로 상징되는 차량 품질 및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과 지나치게 높아진 가격 등에 대한 고객 불만이 차츰 공감대를 넓혀가는 중이라 상황은 삼성전자보다 더욱 엄중하다.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시총 1, 2위 기업이 맞닥뜨린 문제의 본질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핵심역량 미흡, 창조성 결여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본질적 문제이자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속한 IT산업은 이제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등장 이후 IT산업이라는 단어 대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라는 단어가 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정보기술에서 정보통신기술로 외연이 확대된 것이다.
그리고 그 ICT산업의 근간에는 바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IT기업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하드웨어에 한정된 것이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분야에서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교우위를 지닌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의 성장이 답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니 투자자들의 우려와 주가하락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삼성전자의 향후 성장모멘텀을 좌우할 최대의 변수다.
현대차는 그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제조업체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다져왔다. 특히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경쟁사들의 소극적 영업과는 반대로 공격적이고 확장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글로벌시장에서의 입지는 극적으로 향상됐다.
글로벌시장에서의 선전과는 대조적으로 현대차의 국내시장에서의 입지는 점차 축소되는 경향인데 그 원인이 소비자인 국민들의 현대차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당장 인터넷만 살펴보아도 수입차에 대한 호감과는 정반대로 현대차에 대한 성토가 줄을 잇고 있음은 우려할 만하다.
더구나 내구성과 품질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유럽산 자동차의 공세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한 가격경쟁력마저 확보된 상태에서 더욱 공격적인 성향을 띌 것이며 소비자 마음을 얻지 못하는 한 내수시장 방어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 정부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조경제를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그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으나 결국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맞닥뜨린 문제에 대한 해법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창조성에 바탕한 핵심역량의 강화 혹은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가 될 것이다.
여기서 방점은 핵심역량의 강화나 성장동력의 확보가 아니라 '창조성에 바탕한'에 찍혀있다. 산업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이 낮은 임금과 다량의 노동시간 투입이었다면 현재 후기산업사회 혹은 정보 및 콘텐츠시대의 핵심역량은 결국 보다 더 창조적이고 유효한 정보의 제공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핵심사업과 별다른 연관도 없는 기업을 인수하며 선단식 경영을 한 것은 당시의 시대상황에 비춰 볼 때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시대의 글로벌 우량기업들은 몸집불리기식 기업인수가 아니라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기업을 인수한다.
애플이 아이튠즈로 온라인 음원생태계를 평정하고 구글이 글로벌 차원의 인포메이션 서비스 제공을 통해 인터넷을 석권한 이후 이들 기업이 걸어간 자취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인터넷 검색의 강자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한 것은 일반인의 눈에는 생뚱맞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통신시장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고자 하는 구글의 전략과 의지가 녹아있고 중심에는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운영체제, 즉 소프트웨어가 자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노키아 인수 역시 구글과 동일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 길은 이미 애플에 의해 성공적으로 다져진 길인 것이다.
너무 흔하게 말해져 이미 진부한 얘기지만 위기는 위험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이로 인한 자산디플레이션은 새해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고 천문학적 규모로 확대된 가계부채로 말미암아 내수 역시 위축된 상태로 경제는 정부의 기대만큼 활력을 보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간 글로벌 유동성의 최대 공급처였던 미국의 출구전략 실시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몰려들었던 유동성의 환류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지극히 유동적이고 위태로운 글로벌 경제환경 하에서 올 한해 우리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대한민국의 경제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선택의 중심에 창조성에 기반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그리고 고객지향의 경영철학이 있어야만 함은 명확하다.
창조성이 결여된 기업, 고객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부러움 속에 우뚝 서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만큼 올해 주식투자 전략은 앞서 열거한 위험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자세와 태도를 분석한 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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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