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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내실' 앞세운 롯데, 잡식거구서 몸짱으로?

[신년기획] '변화의 물결' 미리 본 그룹사 갑오년…⑧ 롯데

전지현 기자 기자  2014.01.24 16: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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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롯데그룹은 올 신년사에서 혁신을 꼽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과감한 혁신과 현장중심경영으로 기존사업의 내실화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해외사업의 지속적인 확장과 안정적인 성장은 그룹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변화는 그동안 계속 진행 중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 신 총괄회장의 주문 역시 이 변화의 연장선으로 판단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변화는 그룹 핵심계열사인 롯데쇼핑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 ⓒ 롯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 ⓒ 롯데
그간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롯데는 지난 2012년 2월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 취임으로 한차례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그룹의 '젊은 피'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그룹 핵심계열사인 백화점 부문 최고경영자(CEO)에 올랐기 때문이다.

신헌 대표는 롯데쇼핑에 입사해 롯데홈쇼핑 대표 자리로 옮기기 전까지 쇼핑사업에 관한 업무를 두루 섭렵한 상태였지만 취임한지 1년여밖에 안된 시점의 컴백이라는 점에서 롯데홈쇼핑 측도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당시 롯데홈쇼핑 한 관계자는 "업무추진에 있어 '워커홀릭'이라 불릴 만큼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지만 내부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믿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며 "갑작스런 인사에 모두 망연자실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젊어지는 백화점, 보수 탈피해 밝고 명랑하게…

보수적 성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잇던 롯데는 지난 2012년 2월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가 취임한 이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취임 이후 글로벌 불황기를 변화와 혁신 노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내세웠던 '젊고 패션이 강한 백화점'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광고모델도 같은 해 4월부터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모으는 '소녀시대'로 바꿨다.

   롯데백화점 전경. ⓒ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전경. ⓒ 롯데백화점
광고모델을 통해 백화점 이미지를 부각시켰던 롯데백화점의 경우 이 같은 선택은 상당히 큰 모험이었다. 1990년대 김희애, 김지호, 김혜수 등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의 여배우들을 모델로 기용했고 2007년부터는 '문화백화점'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발레리나 강수진, 박동규 교수 등 예술계 인사를 활용했다.

또 동대문 상권에서 영플라자관이라는 이름을 알린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함으로써 다양한 편집매장을 구성해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나서는 한편 20~30대 고객층을 겨냥해 SPA(제조·유통 일괄브랜드)를 늘렸다.

최근 롯데그룹의 여성 인원이 늘고 있다는 점도 혁신이슈에 꼽힌다. 보수적이었던 롯데그룹이 여성 인재 우대에 나서면서 2008년 95명에 그쳤던 그룹 내 과장급 이상 여성 관리직 사원수가 지난해 말 기준 7배 늘었고, 불과 2년 전만해도 전무했던 여성 임원은 4명이나 탄생했다.

신동빈 회장 역시 직접 나서 여성 관리직 사원을 대상으로 한 'WOW(Way of Women)' 포럼에 참석,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여성일자리 창출과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기존 직장을 평생직으로 생각했지만 그룹 내 분위기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근무 연수에 따라 승진이 이뤄지던 종전 기업문화가 사라지고 능력 있는 직원들을 여성과 남성 차이 없이 인정한다는 성과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계열사 재정비로 내실화 만전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혁신의 일환으로 내실화를 거론했다. 이는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던 롯데가 내부 정비에 돌입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동빈 회장이 앞장서 최근 10년간 추진한 굵고 작은 인수합병(M&A)은 △빅마트(2007년) △우리홈쇼핑 지분 추가 매입(2008년) △중국 대형할인마트 타임스(2009년) △GS리테일 백화점 및 GS마트(2010년)△하이마트 인수(2012년) 등 30여건에 달한다.

'일단 먹고 보자'는 롯데의 잡식성 M&A를 두고 시장은 롯데의 낮아진 현금유동성과 80%이상으로 높아진 부채비율에 부정적 견해를 내놨지만, 최근 1년 새 롯데는 그간 매입했던 계열사들을 동종 사업끼리 흡수합병 방식으로 뭉쳐 몸집을 줄이며 내실화를 진행해왔다.

지난 2012년 5월 기준 78개였던 롯데그룹 계열사 수는 2013년 9월 말 74개로 줄었다. 이후 지난해 10월 롯데하이마트가 하이마트쇼핑몰을 흡수합병한데 이어 12월에는 호텔롯데와 롯데부여리조트, 롯데제주리조트 합병함으로써 상호출자를 해소키 위한 주식을 처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M&A에 치중했던 롯데는 몸집을 일단 불릴 만큼 불렸으니 이제 내부 정비에 집중할 때"라며 "향후 M&A 매물이 나오면 또 군침을 삼킬 테지만 지난 몇 년과 같이 무작정 매입전선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규제로 힘든 국내, 해외사업 총력 단초?

올해 신년사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해외사업의 지속적인 확장과 안정적 성장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현지의 문화와 습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그 지역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도록 노력하라"며 "동남아 미진출국과 미주지역 등 Post-VRICI국가로의 진출도 모색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롯데그룹의 해외사업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다. 중국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에 자리 잡은 롯데 인타이백화점은 5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로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2000년 중반부터 해외시장에 왕성한 인수합병을 펼치며 공을 들여왔지만 손실만 내는 상황.

시장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사업 부진의 원인으로 '현지화 실패'를 들고 있다. 다만 해외사업 손실을 지속 감내하는 상황에서도 신 회장이 현지화에 대한 중요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은 앞으로도 성공적인 해외사업 안착을 위한 현지화에 집중하며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을 계속 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