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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못내는 대부업체 '희망만드는사람들'

7억 종잣돈 모아 출범…빚 구렁텅이로부터의 인명 구출, 사명감 충만

임혜현·정수지 기자 기자  2014.01.24 15: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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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결한 실험이지만,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빚에 시달리는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그것도 싼 이자로 주는 일이 얼마나 버티겠냐는 소리였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을 만들자는 구상에 호응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던 이유는 또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일을 해도 "결국 너희도 (불법적 추심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일부 사채업자와) 똑같은 대부업체 아니냐?"라는 몰이해에 부딪힐 것이라는 걱정도 뒤따랐다.

그러나 2009년 6월 출발한 이 업체는 아직 쓰러지지 않고 있다. 빚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에게 낮은 이자로 돈을 대주자는 취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이라는 이름의 대안금융업체 얘기다.

상담만으로는 '빚 탈출' 한계…20% 낮은 금리로 대출

희망만드는사람들은 라의형 포도재무설계 대표가 지인들에게 끌어모은 자본금 7억원으로 설립됐다. 저신용자들에게 빌려주는 대안금융을 하는 업체여서 투자금을 날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라 대표의 취지에 공감해 돈을 선뜻 내놓은 사람들도 있었던 것.

희망만드는사람들은 상담과 대출의 두 수레바퀴를 굴려 움직인다. 딱 보면 대부업체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이 같은 현재 모델을 택하고 다소 서운할 수 있는 평판도 감수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인터넷 카페 운영은 물론 채무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는 거리 퍼포먼스(대장정)도 진행했다. 서경준 희망만드는사람들 부장이 팻말을 들고 있다. ⓒ 희망만드는사람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인터넷 카페 운영은 물론 채무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는 거리 퍼포먼스(대장정)도 진행했다. 서경준 희망만드는사람들 부장이 팻말을 들고 있다. ⓒ 희망만드는사람들

높은 금리로 채무자들을 쥐어짜는 '약탈적 금융'으로 피해를 받는 이들을 구제하려면 상담만으로는 부족하고 자금을 실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이런 문제를 '복지' 관점에서만 접근할지 '금융'의 역할로 볼 것인지에 시각차가 있다.

김희철 희망만드는사람들 대표는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자본주의의 병폐인 '약탈적 금융'과 '채무자의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금융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복지 관점에 치우쳐 돈만 대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현재 정부의 공공적 지원으로 미소금융 등의 혜택을 받거나, 개인회생 등 절차를 받으러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채무자들 중에 빚 탈출에 성공하는 이들도 있지만, 회생 폐지(실패)에 이르거나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김 대표는 우려한다.

이에 따라 전문적인 상담과 대출능력을 통해 철저히 금융적 관점에서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물을 (100도가 아닌) 80도에서 끓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둑을 쌓아 치수를 하는 건 가능하다'는 신조로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틀 안에 직접 들어가 지혜를 모으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지금의 구조가 맞다는 것이다.

정식상담프로그램으로 관리를 받는 이들에게 '상담료'를 받는 이유도 복지가 아니라 '전문적 서비스를 산다'는 철저히 경제적인 관점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이 상담료에 걸맞은 정확한 업무를 해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은 물론 관리를 받는 이들도 떳떳할 수 있다.

돈 벌기 쉬운 시장서 수익 못 내는 이유

이런 냉철한 기본틀이 전부가 아니다. 이 자금은 다시 낮은 금리로 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데 고스란히 투입돼 '빚에 시달리는 이가 다른 이들을 돕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대부업체들이 39%의 이자를 받는 것과 달리 희망만드는사람들에서는 20%의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하므로 원래부터 큰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상환을 잘하는 우수 고객은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해 돈을 쓸 수 있는 정책금융으로 보내주고 있다. 이른바 '졸업제도'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총 6명의 적은 인력으로 높은 이자의 빚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이들을 구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희망만드는사람들은 총 6명의 적은 인력으로 높은 이자의 빚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이들을 구제하고 있다. = 정수지 기자
사실 20%의 금리를 설정한 이유도, 더 낮은 금리(예컨대 19%)로 대출을 해줬다가는 정책금융의 혜택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의 빚에 시달리던 이들을 상담을 통해 희망의 돌파구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낮은 금리의 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잘 이행해 힘을 얻으면 다시 이 채무자는 정책금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그간 단순상담 3000건, 상담모델 진행 1000건, 장기관리 130건 등 많은 이들을 처리하면서도 수익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행히 현재 대출잔액만 10억원(누계 49억원, 지급건 450건)이라는 자금대출 규모에도 대손률(회수를 못하고 손실을 입은 채 포기하는 것)이 5%가량으로 관리돼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출을 주업으로 하고 철저히 금융적 사고에 따라 문제를 풀자고 얘기하면서도 정작 돈을 벌지 못하고 손익분기점을 언급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졸업' 프로세스까지 둬 채무자 돕고 밤에도 시간쪼개 상담

이처럼 많은 일을 처리 중인 희망만드는사람들의 식구는 모두 6명에 불과하다. 부채를 상담하는 것은 은행일처럼 정해진 시간에만 처리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부득이한 경우에는 시간을 내 야간이나 주말 상담에도 응하고 온라인카페도 운영한다.

이렇게 많지 않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 오히려 상담을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솔루션 미팅'을 수시로 진행하는 등 노하우를 쌓고 있다. 이렇게 서로 의논하고 얘기를 하다 의기투합해 "공부를 해서 모두 신용상담사 자격을 따자"고 일을 진행하는 등 항상 의욕이 넘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에너지는 지금 어떤 점이 괴로운지, 또 뭘 하고 싶은지 아울러 빚을 언제부터 지게 되고 빚의 굴레에 말려들었는지 구구절절한 사연을 들어주면서 매번 사명감을 확인하고 더 강하게 얻게 되는 업무구조에 뿌리를 박고 있다.

상담을 받는 이들은 신용등급은 7~8등급에 해당하는 이가 많고 30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빚을 지니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는 물론, 바쁜 상황에서 어쩔 줄 모르는 이들이 많고 부부가 같이 상담을 받으러 와 울음바다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이들을 구한다는 보람이 이들의 '동력'인 셈이다.

"사람들이 우리를 대부업체로 보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 '관계형 금융기법'으로 사회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걸 확인시키고 싶다"는 게 희망만드는사람들의 최종적인 '꿈'이자 '자본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