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스펜디드 커피. 내가 미리 낸 커피 값을 커피숍에 적립해 커피 마실 돈이 없어 주저하는 이웃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주는 일종의 기부 커피입니다.
100여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불황기를 극복하던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여유가 없는 이웃을 위해 시작됐다가 사라졌고, 2008년 세계 경제침체로 유럽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다시 시작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형태의 나눔 운동이 있는데요. 어려운 영어 이름 대신 이웃이 지불할 비용을 '미리' 낸다고 해서 '미리내 가게'라고 부릅니다. 제품도 커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식당, 제과점, 햄버거 가게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취급하는 미리내 가게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주문한 후 두 잔 값을 계산하고 나오는 것입니다. 한 잔은 내가 마시고 다른 한 잔은 미리내 기부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내가 미리낸 커피는 이곳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내가 기부한 한잔은 과연 누가 마시냐는 것인데요. 미리내 가게 운동본부에 따르면 누구나 상관없다고 합니다. 지나가다 갑자기 들어온 사람이든, 돈이 없는 어려운 이웃이든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기부나 나눔 운동은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혹시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몽땅 이용할까봐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리내 가게 운동본부 김준호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든 미리내 가게 기부품을 이용할 수 있고 어려운 이웃에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는 운동이라 걱정하시는 것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미리내 가게의 원칙은 진심과 신뢰, 간단과 투명에 있습니다. 진심과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 운영돼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과 고객들도 운동 목적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긍정적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면 갑자기 수중에 돈이 떨어졌을 때 미리내 가게를 이용하고 다음에는 내가 미리내 가게에 기부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도움을 받은 또 다른 사람이 다시 미리내 가게에 기부하고 결국 그 고마움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이죠. 말 그대로 우리가 조금씩 미리 내고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인 것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초 앞서 말했던 퍼스펜디드 커피 운동을 접한 뒤 미리 계산한다는 의미의 미리내로 이름을 바꿔 국내에 들여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서울 종로구의 한 수제햄버거 가게를 시작으로 전국에 150여개 점포가 미리내 가게로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큰 금액을 나누는 것만이 나눔과 기부는 아닙니다. 작은 금액, 물품, 재능이라도 남을 위해 나눌 수 있다면 우리사회는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