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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가 미국 사회적기업 B-corp인증받은 사연은?

팻말 들고 거리나서 '부채상담' 직접 홍보 선입견 돌파

임혜현·정수지 기자 기자  2014.01.24 13: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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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일, 드디어 비코프(B Corp) 인증을 받아든 서경준 '희망만드는사람들' 부장은 만감이 교차했다. 거리를 누비며 가계부채상담센터를 알려온 고생스러웠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눈 앞에 흘러갔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적기업 비코프 마크. ⓒ  비코프  
미국 사회적기업 비코프 마크. ⓒ 비코프
미국의 사회적기업 인증으로 유명한 비코프는 이윤을 넘어 유익을 추구하는 Benefit Corporation을 뜻한다. 주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환경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비즈니스로 이에 속하는 기업 간의 협력을 중개해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것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인증이라는 딱딱한 표현보다는 일종의 클럽 멤버십으로, 친목을 도모하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일정한 교류 수준에 도달했다는 '신뢰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대다수 국내언론들은 '미국 사회적기업 인증'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청기 제조업체인 사회적기업 딜라이트가 이 비코프 인증을 얻은 것으로 유명세를 이미 치른 바 있다.

2009년 출범, 상담 통한 빚 청산 지원

'희망만드는사람들'은 2012년 7월 이른바 '대장정'을 통해 '재무설계를 기반으로 한 부채관리상담'을 널리 알렸다. 상품을 홍보하듯 혹은 1인 시위를 하듯 길에 나서서 팻말을 들고 "빚에 시달리지 말고 상담을 받으라"고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이렇게 시작된 대장정, 희망을만드는사람들은 이렇게 1년의 험로를 걸으면서 사람들과의 접점을 한층 넓혔다.

이처럼 거리로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결론적으로 대부업체 아니냐"는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이 태동한 것은 2009년 6월. 포도재무설계에서 봉사 차원으로 부채 클리닉 상담을 한 것에 뿌리가 있다.

  부채상담을 위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희망만드는사람들. ⓒ 희망만드는사람들  
부채상담을 위해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희망만드는사람들. ⓒ 희망만드는사람들
하지만 빚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상담만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돈도 직접 줘 숨통을 틔워주자는 생각으로 대안금융업체를 출범시키게 된 것이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대부업체들이 높은 금리를 받아 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 삼은 것에 반해 낮은 부담으로 자금을 쓸 수 있도록 돕는 데 주안점을 둬 현재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 최종적으로 빚에 탈출할 수 있도록 꼼꼼한 상담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전환대출을 지급해 관리한다.

오른쪽은 상담, 왼쪽은 대출이라는 두 바퀴를 굴려오면서 빚에 시달려 파멸하는 이들을 줄여나가는 다양한 실험을 해 왔고, 이번 비 코프 인증은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은 징표로 보인다.

상을 받거나 칭송을 듣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기쁜 일이지만 희망만드는사람들이 이번 비코프로부터 날아든 소식에 감회가 더 새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너희도 결국 대부업체" 냉소 극복…단순상담만 3000건

희망만드는사람들의 상담사들은 채무상담이 급한 사람들이 시간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 주말이나 밤에도 상담에 나서기도 한다. 온라인카페 역시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미아삼거리역 근처에서 진행된 대장정 알림 프로그램. 이렇게 팻말을 들고 직접 상담사들이 나서 홍보한 대장정을 통해, 채무로 고통받은 이들에게 부채상담을 받을 곳이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린 효과를 거뒀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대장정 외에도 온라인 카페, 주말 상담 등도 진행하고 있다. ⓒ 희망만드는사람들  
미아삼거리역 근처에서 진행된 대장정 알림 프로그램. 이렇게 팻말을 들고 직접 상담사들이 나서 홍보한 대장정을 통해, 채무로 고통받은 이들에게 부채상담을 받을 곳이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린 효과를 거뒀다. 희망만드는사람들은 대장정 외에도 온라인 카페, 주말 상담 등도 진행하고 있다. ⓒ 희망만드는사람들
이렇게 그간 일해온 바를 살펴보면 단순 상담사례만 3000건 이상이다. 이 중 정식 상담모델로 진행된 경우만 1000건가량이고 장기관리를 받는 경우도 130건에 달한다. 현재 대출잔액은 10억원이 남았다(그간 총 대출액 49억원).

대부업체들이 고리를 통해 살을 찌울 때 희망만드는사람들은 20%의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음을 따지면, 이 같은 자금 흐름과 상담 규모를 통해 얼마나 많은 가정이 빚의 족쇄를 벗어나 새 행복을 찾게 됐을지 가늠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