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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사탑'이냐 '탑'이냐, 피사의 선택은?

하영인 기자 기자  2014.01.24 12: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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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뭐 하고 놀까' 한참 궁리하다가 보드게임 카페로 향했습니다. 저희는 가자마자 '할리갈리'부터 '텀블링 몽키' '쉿! 개 조심' 등 단순한 게임을 모두 섭렵하기 시작했죠. 이어 당연한 절차인 마냥 자연스레 '젠가'를 꺼내왔습니다.
 
젠가는 '쌓다·짓다·건설하다'라는 뜻을 가진 게임으로 영국에서 1970년도에 개발됐는데요. 직사각형의 나무 블록 54개를 이용한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게임이지요. 즐기는 방법도 무척 간단합니다.
 
  = 하영인 기자  
= 하영인 기자
블록을 3개씩 엇갈리게 18층까지 쌓은 다음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하나씩 빼 탑을 무너뜨린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빼낸 블록을 다시 탑 위에 얹기도 합니다. 지는 사람은 벌칙으로 뿅 망치는 한 대 정도 맞아야겠죠?
 
블록을 뺄 때는 한 손만 사용하고 처음 손댄 블록을 꼭 뽑아야 하는 룰도 있는데요. 한 친구가 꿈쩍 않는 블록을 잡고 기어코 빼내겠다며 이리저리 흔들더니 블록을 뽑는 것에는 성공했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탑이 사진처럼 기울어지고 말았습니다. 
 
마치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보이더군요. 이 기울어진 탑을 보니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사의 사탑(Torre Pendente·이하 피사)이 떠올랐습니다.
 
북쪽 55.2m, 남쪽 54.5m로 남쪽으로 5.5° 기울어진 피사는 매년 관광객 약 600만명이 방문하는 이탈리아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데요. 1173년 착공 당시부터 조금씩 기울어지면서 유명세를 탔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피사는 1990년경 탑의 기울기가 한계치에 달해 붕괴 위험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가 장장 11년 동안 2400만달러를 들여 보수작업한 끝에 붕괴 위험에서 벗어났는데요.
 
그러나 보수공사 이후 무슨 이유에선지 피사가 자체적으로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피사는 지난 최근 10여년간 2.5cm 정도 수직선 방향으로 이동했는데요. 보통 탑이라면 모두가 기뻐할 일이지만 문제는 이게 피사의 사탑이라는 것이죠. 
 
지난해 피사 시장은 "피사 시민들은 사탑이 복구된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똑바로 서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피사가 똑바로 서면 피사를 찾는 관광객이 뚝 떨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현재 이론상 200~300년 후에는 완전히 직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편으로는 이제 이탈리아 정부가 사탑이 바로 서지 못하도록 또다시 보수작업을 해야 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