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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재무구조 개선·내실 강화 '역량집중'

[신년기획] '변화의 물결' 미리 본 그룹사 갑오년…⑥ 동부그룹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1.23 15: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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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지난해 11월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놓은 동부그룹(회장 김준기)의 갑오년 새해 목표는 다부지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구조조정을 계기로 이제부터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내실을 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신년 임원워크샵에서도 "지금의 경영환경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선택, 3조원 자구책 발표

동부그룹은 지난 45년간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선발그룹들보다 30~40년 정도 늦게 출발했지만, 차별화된 사업전략과 도전정신으로 후발그룹 중 선두자리를 지키는 등 성장을 지속했다.

특히, 국가적 자원부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전기로 제철사업과 국내 산업기반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을 개척하고, 경쟁력이 낮은 우리나라 농업을 6차 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사업인프라를 갖추는 등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신규 사업에 적극 투자해왔다.

  지난해 유동성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선택한 동부그룹은 2014년 갑오년 내실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사진은 동부그룹 사옥. ⓒ 동부  
지난해 유동성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선택한 동부그룹은 2014년 갑오년 내실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사진은 동부그룹 사옥. ⓒ 동부
이런 과정 속에서도 부채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이 바탕 위에서 주요회사들의 투자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는 게 동부그룹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성과창출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극심한 경기불황과 갑작스런 회사채시장의 악화로, 실적개선이 지연되고, 자금시장은 급격히 경색됐다. 결국 동부그룹은 금융권의 요구로 지난해 11월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당시 동부그룹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마무리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2015년까지 졸업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까지 주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을 매각하고 김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증자 참여 등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것.

실제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매각하면 이들 두 회사가 갖고 있던 차입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동부그룹 측은 "자구계획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동부는 현재 6조3000억원 규모인 차입금을 2조9000억원대로 대폭 감소시키고 부채비율은 현재 270%에서 170% 수준, 이자 보상배율은 현재 0.14배에서 1.6배로 개선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완전히 졸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향후 3~4년간은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간 경쟁이 날로 격화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재계 전반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동부그룹은 도전의식이 강하고,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위기 대처능력 '탁월'…재무문제 충분히 해결 가능

동부그룹의 오늘이 있기까지 그동안 많은 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1980년대 초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을 인수한 후 뒤늦게 수천억원의 은폐된 부실이 드러나면서 그룹 전체의 생존이 위협받기도 했고, 1990년대 말 5조원가량의 각종 투자를 진행하는 와중에 IMF 외환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해 구조조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임원 워크숍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모습. ⓒ 동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지난해 구조조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임원 워크숍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모습. ⓒ 동부

또 2000년대 이후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에 의욕적으로 투자했으나 수년간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지난해 자구책 발표 이후의 상황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만큼의 역량과 저력을 가진 그룹이라는 믿음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임원 워크숍에서 "위기상황이 닥쳐도 극복할 자신이 있고, 임직원들의 결연한 의지가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며 "재무적 문제는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 더욱 중요한 것은 사업측면에서 회사 내부의 역량이 뒷받침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각 사별로 최고품질과 최저원가를 실현하고, 기술적인 난제들을 해결하는 등 핵심과제들을 조속히 해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부연이다.

◆올해 경영핵심과제 세 가지, 사업별 발전계획 제시

동부그룹은 올해 경영 핵심과제를 △자율·책임경영 △세계최고 전문기업 실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 발휘, 세 가지로 선정했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경영을 하는 동부그룹의 특성상 모든 계열사는 자율경영과 책임경영 하에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한 혁신적인 상품개발에 주력해 세계최고 전문기업을 실현하자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불경기가 지속되는 위기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각사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누구의 도움도 기대하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가야한다"고 독려했다.

그런가 하면 동부그룹은 성장이 한계에 이른 사업들을 고성장·고부가가치 사업들로 전환시켜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 한해 △금융 △철강 △전자 △농업·바이오 등의 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분야는 동부화재를 축 삼아 금융 선진국인 미국 본토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철강분야는 합금철부문을 매각하고 전기로 제철사업의 안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키로 했다.

더불어 전자분야는 부품사업인 반도체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가전·로봇·LED 등 세트사업 중심으로 B2C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6차 산업의 발전을 선도 중인 농업·바이오분야는 사업무대를 해외까지 넓혀 플랜테이션사업과 임업사업을 전개하는 종합농업회사가 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