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를 유출한 카드사에 근무하는 한 콜센터 직원이 포털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감정노동자'의 고초를 호소했다. © 네이버 블로그 캡처 |
현재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해 2차 피해신고가 증가하면서 3사의 카드 고객센터는 재발급 및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밀려드는 재발급·해지고객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국민카드는 영업점을 당분간 24시간 운영하고 농협카드 역시 운영시간을 밤 9시까지 연장한 상태지만 여전히 해지와 재발급신청이 힘든 상황입니다.
저 역시 이번 개인정보를 강탈 당한 피해자이기도 한데요, 해지신청을 하려고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다가 한 콜센터 상담사의 글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다음은 콜센터 상담사가 인터넷에 게재한 글의 일부입니다.
-저와 저희 가족 역시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자였습니다. 그것도 제가 일하는 카드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대기고객이 200명을 넘고 있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각종욕설 △협박 △반말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는 고객들에게 "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업무의 시작입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저 또한 이 카드사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연락하는 회원 중 한사람이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근데 모든 정보가 유출됐으니 고객들은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하지만 콜센터 직원은 정말 힘이 없습니다. 회사를 대신해 사과하는 일 말고는…"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걱정하시는 분들 전화는 끊이지 않으니 밤을 새우는 새벽 내내 상담원들은 30분도 쉬지 못하고 근무 중입니다.
하지만 입에 못 담을 폭언, 인격비하. 결국 팀 직원들이 하나둘 눈물이 터졌습니다. 저 역시도 40분 가까이 폭언을 받아낸 후 다음 고객님께서 힘내라고 좋은 말을 해 주셨는데 저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쳤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하고 통화 종료되자마자 엉엉 울었네요. 우리 팀은 30분 쉬면서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이 상담사의 하소연에서 볼 수 있듯이 콜센터 직원 대부분은 피해고객들의 감정적 항의와 욕설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사고 카드사를 원청사로 둔 아웃소싱업체 비정규직 직원입니다.
하지만 정작 개인정보유출의 책임을 져야할 KCB와 3사의 카드사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이번 사건에서 슬며시 발을 빼려 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피해자이면서 책임을 다해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콜센터 상담사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피해고객들의 불만과 항의는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콜센터 상담사 역시 개인정보유출의 피해자라는 점과 무책임한 기업을 대신해 최전방에서 온몸으로 피해고객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오늘도 피해고객을 위해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그들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점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