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현대·기아차, 브레이크 걸린 유럽시장서 신차로 재가속

판매 실적·점유율 5년만에 하락…신형 제네시스, 일류브랜드 도약 발판

노병우 기자 기자  2014.01.23 10:39:2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최근 몇 년간 현대·기아차 실적개선의 중요역할을 담당했던 미국과 유럽 등지 판매량이 전년대비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에 그치고 있다. 다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사이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는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위기의 유탄을 맞고 침체기를 걸었던 유럽브랜드들이 구조조정 이후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성장판이 더욱 닫히는 모습이다.

현재의 이런 상황을 의식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유럽시장 챙기기에 앞장서고 있다. 유럽에서 판매량이 줄며 위기감이 커지는데다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신형 제네시스의 유럽시장 공략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5년 만에 역성장…경쟁사 '구조조정·엔저'로 경쟁력 회복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판매실적과 점유율이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에 역성장했다.

최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작년 유럽연합(EU) 27개국 내 현대차 판매실적은 신차 등록기준 전년대비 2.2% 감소한 40만8154대, 기아차는 0.4% 소폭 증가한 32만9285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브랜드 점유율 또한 조정됐다. 현대차는 2012년 3.5%에서 3.4%로 감소한 반면 기아차는 같은 기간 2.7%에서 2.8%로 소폭 늘었다. 양사 통합 점유율은 2012년과 마찬가지로 6.2%를 유지했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온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유럽업체들이 구조조정을 거치며 경쟁력을 회복한 탓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 현대·기아자동차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온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유럽업체들이 구조조정을 거치며 경쟁력을 회복한 탓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 현대·기아자동차
현대차가 유럽시장에서 판매량과 점유율이 줄어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은 2009년부터 현대차는 공격적인 판매정책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늘려 2008년 1.8%에서 작년 3.5%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경제위기에 휘청거리던 유럽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마치고 경쟁력을 회복한 것과 함께 엔저에 힘입은 일본차 브랜드의 공세가 몰아치는 등 시장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는 각각 시장에 판매 중인 주요모델들의 노후화 및 공급부족에 직면했다.

이처럼 경쟁브랜드들이 본격적인 시장탈환에 나서자 현대·기아차의 성장세가 다소 위축됐고 당연히 이 결과 판매량 감소와 시장점유율 정체가 빚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업체들이 경쟁력을 회복해 시장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결과며, 이에 따른 반사 효과로 점유율이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도 5년 만에 역성장하는 악재를 만났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125만5962대(현대차 72만783대, 기아차 53만5179대)로 지난해에 비해 0.4%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시장에 진출한 브랜드 전체 기준으로는 7.5% 신장했다.
 
◆투트랙 전략으로 '양적·질적성장' 동시 겨냥

지지부진한 성장흐름에 머리를 싸맨 현대·기아차는 올해 신차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나아가 오는 2017년까지 유럽시장 점유율을 현대차 5%, 기아차는 3% 이상으로 총 8% 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올해 대중적인 경·소형차와 고급 대형세단이라는 양 극단의 모델을 동시에 내세우는 '투 트랙(2 track) 전략'으로 유럽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양적 및 질적성장을 동시에 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겸비한 신형 제네시스와 신형 쏘울 등을 앞세워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 현대·기아자동차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겸비한 신형 제네시스와 신형 쏘울 등을 앞세워 독일을 비롯한 유럽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 현대·기아자동차
먼저 현대차는 작년 9월부터 양산을 시작한 신형 i10을 앞세워 본격적인 판매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신형 i10의 경우 개발 및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이 유럽 현지에서 이뤄지는 등 철저히 현지화를 꾀했다.

이와 함께 기아차도 씨드의 파생모델 4종(프로씨드·씨드SW·씨드GT·프로씨드GT)으로 고객 다변화에 나서는 것은 물론 개발단계부터 주력 시장인 북미와 유럽을 겨냥한 신형 쏘울을 통해 판매확대와 브랜드 인지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로 다시 한 번 유럽 대형세단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더욱이 현대차는 유럽에 1000대가량 공급 예정인 신형 제네시스가 제 몫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1세대 제네시스가 북미시장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를 바꿔 놓은 것처럼 신형 제네시스가 유럽에서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통해 유럽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줘 유럽에서 일류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방침인 것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브랜드 인지도가 성장에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i10과 뉴 씨드 등 유럽 전략모델을 내세워 판매를 최대한 확대해 양적성장을 기하면서 신형 제네시스와 쏘울 등 유럽 감성의 차량을 내세운 브랜드 고급화로 질적성장을 동시에 모색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