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신한금융그룹이 '금융 본연의 업무'를 강조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제침체 고착화에 국내경제도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가운데 그룹 사령탑인 한동우 회장이 직접 기자들을 만나 "작은 금리 차이를 내세워 경쟁하던 과거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나 '금융 본연'이라는 점으로 돌아가 경쟁하겠다"는 뜻을 지난 9일 밝힌 데 2014년 경영전략이 숨어있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한 회장이 내놓은 "소비자 입장에서 포괄적인 재무평가와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금융 본연'의 기능"이라는 정의는 저명한 경제학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회장은 그간 우리 금융권이 이 같은 점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히고 신한이 이런 점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구상을 전하기도 했다.
◆저수익 본격화, 무리수 대신 '수성+통찰력' 포석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334억원으로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2조원대를 달성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추정치는 2012년 2조4940억원에 비해 18.4% 감소한 규모다.
이와 함께 17일 우리투자증권은 신한금융그룹에 대해 올해도 대형 시중 은행지주 가운데 가장 양호한 수익성과 이익안정성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그룹이 일종의 숨고르기 제스처로 읽히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신한금융그룹이 금융 본연의 업무라는 이슈를 강조하고 나오면서, 차별화라는 전략키워드를 본격 구사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신한금융그룹 본사 전경. ⓒ 프라임경제 |
한국금융연구원의 '2014년 은행산업 전망'에서는 국내 은행업 수익에 대한 불안한 예상을 엿볼 수 있다. 금융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은행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회복이 예상되나, 구조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는 일시적 회복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증대 등으로 잠재위험에 대한 완충력 확보와 함께 신뢰도 제고에 초점을 둬야 할 것으로 진단된다.
이 보고서의 전망 방향과 신한금융그룹의 올해 전략구상은 대체로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여 흥미롭다.
우선 신한금융그룹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에서 경남기업에 대한 추가 충당금은 1040억원, 일부 자율협약대상업체 건전성 분류기준 강화 등에 따른 충당금은 500억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은 "비이자손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렇게 일정 부문 은행권 전반이 겪고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보다는 다소 여유로운 상황으로 지난해 정리를 마치게 될 것으로 보여, 이런 에너지와 여력을 바탕으로 남과 다른 포인트 공략을 모색할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나 신한금융그룹은 다른 금융그룹들에 비해 은행업과 비은행업의 비중분배 포트폴리오에서 성공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이런 만큼 수성에 들어가면서도 지루하고 기약없는 농성전에 내몰린 것 같은 당혹스러움은 옅다고 볼 수 있다.
올해 경영슬로건 달성을 위해 신한금융그룹은 △따뜻한 금융의 내재화 △수익률 제고를 위한 창조적 금융 △은퇴비즈니스 추진 차별화 △글로벌 현지화·신시장 개척 △채널 운영전략 혁신 △전략적 비용절감 성과도출의 6대 중점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이 중 채널과 비용의 문제는 '수성'에, 나머지는 차별화와 돌파구 마련을 위한 운영 키워드에 가까워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지되, 서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표는 좋지만 안심 못한다? 앞날 위해 날씬한 몸 강조
해외로 진출하는 문제에 있어서 신한금융그룹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 회장은 실제로 "우리나라 국력과 국내총생산(GDP)에 맞는 금융이 필요하다"며 "이를 뛰어넘는 금융을 하다가는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한 유력인사 발언을 소개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중을 표명하기도 했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2014 전략을 자신있게 구사하는 데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여 업계 내외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사진은 신년간담회에서 발언하는 한 회장. ⓒ 신한금융그룹 |
이처럼 수성을 한 축에 두면서 폐쇄적으로 흘러 정체되기 쉬운 수성에만 머물지 않고 적절한 진출 노력을 병행하려다 보면 필수적으로 '통찰력'이 요구된다. 한 회장의 경우 회장 연임 문제를 매듭지으면서 이에 대한 부담도 털어낸 상황이다.
이번에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을 실제로 운영한 결과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바도 있지만, 이는 연임을 매듭지은 현상황에서는 현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숙제로 넘어가게 되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신한사태 여파를 원만히 수습하면서 획득하게 된 '덕장' 이미지에 한층 더 날카롭고 기발한 면을 더하는 것이 '한동우 체제'는 물론 신한금융그룹 전반에 주어진 올해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신년사에서 언급한 "빠른 시간 내에 저수익 환경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가볍고 효율적인 조직 구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조직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고뇌섞인 표현으로 조직 구성원들에게 분발을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흔히 다른 앞서나가는 그룹들을 따라가기면 하면 되는 '미등'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는 고민과 고뇌 속에서 맞이한 2014년. '날씬하고 날랜 몸'을 획득하기 위한 신한금융그룹의 두뇌회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