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조민경의 都市樂] 해물·버섯 그득한 '조금 솥밥'

조민경 기자 기자  2014.01.22 16:39:2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동안 잠잠했던 눈 소식에 '올 겨울은 예년만큼 눈이 많이 안 오려나보다'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번 주 초부터 폭설이 쏟아졌죠. 예보는 됐지만 생각보다 많은 적설량에 불편을 겪으신 분들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눈이 그치나 싶더니 이번엔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건강에 더욱 유의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또 한파로 내린 눈이 얼어붙은 곳이 많은데요,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니시면 좋을 것 같네요.

추운 겨울날, 어떤 음식으로 여러분의 몸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해봤는데요, 좋은 곳이 떠올랐습니다. '조민경의 都市樂(도시락)' 새 맛집 신 메뉴에서 지금 바로 소개하겠습니다.

서울 종로 인사동에 자리 잡은 '조금(鳥金)'이라는 일본식 솥밥전문점입니다. 찾아가는 길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요. 6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직진하면 인사동길 초입부가 나옵니다. 인사동길로 들어서기 직전 왼편에 브레댄코(구 크라운베이커)라는 빵집이 하나 보이는데 조금은 이 브레댄코 바로 뒤편에 위치했답니다.

조금은 일본식 솥밥전문점인 만큼 외부인테리어부터 일본 식당을 연상케 했는데요. 낮은 지붕에 자그마한 출입문, 입구의 천으로 된 발까지 조금의 건물만 놓고 봤을 때는 일본 현지식당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죠.

식당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는데요. 입구에서 바라봤을 때 왼편은 입식테이블, 오른편에는 다다미방에 좌식테이블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차분한 느낌이 들었는데 천장 곳곳에 일본풍의 붉은 천 조명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죠.

일본식 식당에 온 만큼 다다미방도 경험할 겸 좌식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닥이 뜨끈해 푹신한 방석도 갖춰졌으니 바닥이 너무 뜨겁다면 방석 위에 앉으시면 될 것 같네요.

직원이 메뉴판과 따뜻한 물을 내어줬습니다. 메뉴판을 열어 차례차례 살펴봤는데 크게 식사류와 숯불꼬치구이가 있었죠. 식사류로는 '조금 솥밥'과 '양송이 솥밥' '전복 솥밥'이 있고 숯불꼬치구이는 종류가 더 다양했습니다.

조금의 대표메뉴이자 인기메뉴인 '조금 솥밥'과 '양송이 솥밥'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솥밥은 주문 즉시 지어지기 때문에 10분에서 15분정도 소요된다는데요.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은 전화로 예약 후 방문하시면 기다릴 필요 없이 맛볼 수 있다고 하네요.

기다리는 동안 허기가 져 숯불꼬치 중 '닭구이'를 하나 주문했는데요. 꼬치류는 바로 구워져 금방 나왔습니다. 짭조름한 양념에 숯불향이 배여 맛있었는데요. 밥반찬은 물론 저녁시간 술안주로도 제격일 것 같네요. 조금에서는 실제 저녁시간대에 술을 곁들이는 손님이 많다고 하는데요, 맥주와 소주를 비롯해 정종 등 다양한 주류가 구비돼 있었습니다.

금세 비워버린 꼬치구이 접시에 아쉬워하고 있는 사이 주문했던 솥밥이 나왔습니다. 커다란 쟁반에 솥밥과 미소국, 반찬 몇 가지가 가지런히 세팅돼 나왔는데요.

   '양송이 솥밥'. = 조민경 기자  
'양송이 솥밥'. = 조민경 기자
솥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돌솥밥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인데요. 콩이 한 두알 올라간 흑미밥을 생각하신 분들이라면 아마 저처럼 놀라실 겁니다.

조금 솥밥은 한마디로 해물 솥밥이었는데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우와 맛살, 굴, 대추, 은행, 죽순이 솥밥 위에 가득 올라가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는데요. 순간 '이걸 어떻게 먹어야하지'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앞접시에 해물을 덜어놓고 조금씩 드셔도 되고, 솥밥 위 한쪽에 두고 밥과 함께 조금씩 곁들여 드셔도 된다고 하네요. 일단 해물은 두고 밥만 조금 떠서 먹어봤는데요. 촉촉한 밥맛이 좋았습니다. 다시마물로 밥을 지은 것 외에는 별다른 간이 없어서 양념장이 함께 내어지는데요,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넣고 조금씩 비벼먹으면 된답니다. 오징어 젓갈과 단무짠지, 단무지 같은 짭짤한 밑반찬도 삼삼한 솥밥과 함께 먹기 좋았습니다.

솥밥에 들어간 새우, 굴 등 해산물도 딱 알맞게 익어 맛이 좋았죠. 탱글탱글한 식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솥밥과 함께 담백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양송이 솥밥도 식기 전에 얼른 먹어봐야겠죠? 양송이 솥밥은 해물 대신 팽이버섯과 송이버섯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조금 솥밥에도 들어가는 은행과 밤, 죽순, 대추 등이 더해져 있었는데요. 조금의 솥밥을 먹고는 싶은데 해물은 싫다고 하시는 분들에게 제격일 것 같습니다.

양송이 솥밥은 버섯이 들어가서인지 조금 솥밥과 또 다른 맛이었는데요. 밥알에 버섯향이 은근히 녹아있었습니다. 양송이 솥밥 역시 밥에 양념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되는데요, 짜게 먹는 게 싫다면 양념장을 넣지 않고 그대로 버섯과 솥밥을 음미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조금의 솥밥은 밥 위에 다양한 재료가 올라가는 것 외에도 우리가 흔히 알던 돌솥밥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숭늉을 따로 만들어 먹지 않는다는 건데요. 보통의 돌솥밥은 밥을 덜어낸 뒤 돌솥 안에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는데, 조금의 일본식 솥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신 밥을 덜어내지 않고 돌솥채로 밥을 먹는데, 돌솥에 밥이 타지 않도록 바닥을 조금씩 긁어가면서 먹어야한답니다. 끝에 누룽지처럼 바삭한 밥을 드시고 싶다면 조금 오래 둔 뒤 긁어 먹으면 되고요. 그렇지만 너무 오래도록 두면 자칫 밥이 타버릴 수 있으니 적당한 타이밍에 바닥을 한 번씩 긁어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겨울철 춥다고 해서 실내에만 머물지 마시고 조금에서 영양 듬뿍 담긴 솥밥 드시고 건강 챙기시는 건 어떨까요. 외출한 김에 겨울철 부족할 수 있는 햇빛도 좀 쬐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