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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군칸지마' 교훈 잊은 한국인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1.22 08: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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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본 나가사키에서 남서쪽으로 약 19㎞ 떨어진 하시마섬이 있다. 일명 군함도(군칸지마)라 불리는데,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군함 모양이라고 해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은 석탄 채굴을 위해 18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 곳으로, 지금은 채굴을 하지 않아 황량한 당시 건물과 채굴시설 등이 남아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이 이 섬을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고, 이 소식에 우리나라 등 주변 국가에서 비난을 퍼붓고 있다. 강제징용된 한국인과 중국인들에게는 이 좁은 섬이 지옥이나 다름없었는데, 이런 어두운 과거는 애써 외면하고 근대화의 유적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본의 태도 때문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기업들의 해외 진출 때 현지인 근로자 인권침해 문제를 조명했다고 하는데, 이 군함도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저지른 행동과 '오십보 백보' 행태가 거론돼 눈길을 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외부에 의뢰해 작성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해외 한국기업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 안전시설 미비 등의 사례가 발견됐다.

필리핀에 진출한 한 한국 전기·전자회사는 직원들이 다루는 화학물질에 대한 성분이나 안전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았고, 어느 기업은 노조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기술자에게 화장실·하수구 청소 등 잡무를 시켜 사실상 노조활동을 방해했다고 한다. 

심지어 미얀마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월급을 공제하는 등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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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나간 것이라는 하지만, 직원들의 화장실 문제까지 통제하면서 착취하는 행태는 제대로 된 글로벌기업의 노동 감각이라고는 절대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전태일 분신 사건이 벌어진 1970년대 정도에나 비교할 부끄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가 일제시대 군함도의 과거를 무턱대고 비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