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CJ그룹은 지난해 어느 기업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함께 국내 경제 역시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경기 침체를 겪었고, 경제 민주화 이슈가 대두되면서 대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특히 지난해 7월 이재현 회장이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됨에 따라 CJ그룹은 대내적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 "위기를 기회로"
ⓒ CJ
실제 CJ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 성장한 28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당초 CJ그룹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J제일제당 해외 계열사들의 주력 상품인 라이신의 국제 시장 가격하락은 CJ그룹 영업이익 창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CJ그룹은 지난 한 해 각 사업 부문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2013년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여러 사업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점은 큰 수확이라는 자평이다.
CJ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은 제품 구성에 있어 선택과 집중으로 효과를 높이고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함으로써 체질 개선의 성과가 가시화 됐다. CJ오쇼핑은 취급고가 3조원을 돌파하며 외형 및 수익 모두 명실상부한 1위 지위를 차지했다. CJCGV는 연간 관객수 1억명을 돌파하면서 단일 극장 브랜드로 세계 극장업계 톱5로 도약했고, CJ헬로비전 역시 처음으로 매출과 가입자수가 각각 1조원과 406만명을 넘어서며 1위에 올랐다.
특히 CJ E&M의 방송사업 부문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뤘다. '꽃보다 할배'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케이블TV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시대를 연데 이어, 후속작 '꽃보다 누나'는 지상파를 포함해 시청률 1위를 달성하는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과거를 참신한 시선으로 재조명하는 등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영화사업 부문의 '설국열차'는 문화 선진국인 프랑스에서 호평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성과를 창출했다.
뿐만 아니라, CJ푸드빌의 '비비고'는 유럽 내 한식당 중 최초로 유럽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전문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 되면서 한식을 전 세계에 알리고 그 우수성을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4년 경영 목표,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안정성'에 초점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갑작스런 이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CEO 공백 여파가 생기면서 실제 CJ그룹의 지난해 계획한 투자 목표 가운데 상당수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구속기소로 오너 부재가 길어지는 가운데 CJ그룹은 2014년 경영 목표는 안정성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CJ그룹 본사 사옥. ⓒ CJ |
갑오년 새해를 맞았지만 올해 역시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CEO 공백 여파가 올해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손경식 CJ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4년 올해 역시 순탄치 않은 경영 환경이 예상된다"며 "특히 그룹 최고 CEO인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그룹의 최대위기 상황인 만큼 임직원 여러분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 생각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손 회장은 2014년 CJ그룹의 목표에 대해 경영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수익성 제고 △글로벌진출 확대 △일류 기업문화 구축 △CSV(공유가치창출)의 체계화를 꼽았다.
첫째, 창의와 혁신, 낭비를 제거함으로써 경영의 효율을 높여 수익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금의 효율적인 관리로 경영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둘째, 선택과 집중의 원칙아래 경쟁력 있는 사업부문을 더욱 개발, 강화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행위와 성과로 나타나는 일류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마지막으로 사업을 통한 사회 공헌활동인 CSV(공유가치창출)의 체계화를 당부했다.
기존 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통한 기부와 봉사활동 등 일방향적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면 CSV는 기업의 근본 목표인 '성장과 이익'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상호 윈윈 신개념 사업 모델이다. 많은 기업들이 CSR에서 CSV로 관심을 돌리는 가운데 CJ그룹은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CSV 경영 본격 실천계획을 밝힌 바 있다.
◆CEO 공백 이어질듯…돌파구 마련 고심 '전략기획 협의체' 신설
배임, 횡령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다음달 14일 진행된다. ⓒ CJ
그런가 하면 CJ그룹은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15일 '전략기획 협의체'를 신설하고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나선다고 밝혔다.
손경식 회장,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부회장, 김철사 사장 등 4인으로 구성된 '그룹경영위원회'가 최고의사결정기구라면 전략기획 협의체는 CJ그룹의 주요 계열사 전략기획책임자(CSO) 30여명으로 구성, 매달 한 차례 회의를 열고 이 회장 부재 이후 크게 위축된 계열사의 전략기획 역량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협의체 운영으로 경영 내실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실질적 창업주인 이 회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계열사 단위로는 큰 그림의 전략수집 및 문제해결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전략들을 그룹차원에서 하나로 꿰어 미래를 이끌 신수종사업 발굴에 매진한다는 것.
이에 따라 협의체는 우선 사업 전반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비효율 제거 △글로벌 진출 확대 △고객의 니즈 파악 △벤치마킹 프로그램 발굴 등에 대한 전략을 수립해 '현금 흐름 경영'을 정착시킬 예정이다.
이와 관련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그룹의 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며 "올해는 그룹 차원의 전략기획 수립 체계를 혁신해 조직의 효율과 실행력을 높이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