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누구를 부여잡고 원망을 해야 할까.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의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서 조금이라도 빗겨가고 싶은 소비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모두가 알만한 카드사 세 곳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현재 알려지기론, 국민·농협·롯데카드에서 상당수 고객은 성명과 카드번호, 유효기간, 주민등록번호까지 탈탈 털렸다.
이메일과 휴대폰 번호, 결제계좌, 사는 집, 직장정보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니, 어련할 것은 더 이상 기대해봤자 무의미하다. 문제는 2차 유출 피해다. 업계는 카드 복제와 허위 결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우려는 조금씩 현실화 되고 있다.
"IT 보안업계에서 관련 대기업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가올 위험이 보이지만,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자존심으로 바꿔 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이들에게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해도 외부로 알려질까 걱정만 할 뿐, 실질적인 조치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어."
앞서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교모임에서 얼마 전 오간 대화 중 한 토막이다. 적지 않은 숫자가 모인 만큼 화젯거리도 많았을 것이란 생각은 지당하다.
한 친구의 얘기였다. 그는 IT 보안·솔루션 컨설팅 업계에서 여럿 프로젝트를 거치며 잔뼈가 굵다는 평가를 듣고 있던 터라,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보안상 말을 해줄 수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만, 이 친구에 따르면 금융권을 포함해 IT 보안과 연관된 업계들은 하나같이 '폭탄 돌리기'를 할 공산이 크다.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일이라도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이번 사태는 유출 경로가 여느 사고와는 다르지만 '보안의식 부재'로 추린다면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행보는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믿고 따르는 소비자들에게 몇 곱절 이상의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보다 현실적인 처세술이 필요한 이유다. 관련 임원이 책임을 통감하고 줄줄이 사퇴했다고 소비자들의 분이 풀릴 것이란 생각을 했다면 당장 접어야 한다. 소비자의 믿음을 믿음으로 되갚아야 기업의 지속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예방 및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정부의 대응에도 실질적인 해결책 제시가 있어야 하겠다.
근본적인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의 '폭탄 돌리기'는 업계의 '고인 물'로 간주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