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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위기의 현대차' 품질 탓도 아니라면 대체?

대표 베스트셀링 부진…수입 경쟁모델 대거 출시

전훈식 기자 기자  2014.01.21 15: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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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국산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가 감소했다. 이들은 한시적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기저효과와 전년대비 줄어든 조업일수 영향으로 부진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이와 사뭇 다르다. '품질 불량'이 문제인데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는 쓴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현대차 부진의 원인을 진단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왜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해 국산차 브랜드 5개사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약 3만대 줄어든 137만대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각각 4%, 5% 감소한 64만대와 46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면서 연초 목표로 설정한 '14만8000대(66만8000대·48만대) 판매'도 달성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이러한 판매 부진을 "지속된 내수 부진과 함께 2012년 한시적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에 따른 기저효과, 그리고 줄어든 조업일수 영향"으로 분석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국산차 3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한국GM 3.7% △쌍용차 34.1% △르노삼성 0.2%로, 8.6% 가량 증가했다. 15만6497대를 기록한 수입차 시장도 19.6%나 성장했다.

결국 시장 침체보다는 시장에서 조성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판매를 좌우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품질 불량'은 일 년 내내 현대·기아차를 괴롭히기에 충분했으며, 사측 대응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진정시키기에 미숙하면서 더욱 큰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품질 불량'으로 인해 판매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베스트셀링 모델의 시장 지배력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내수시장서 20% 감소…'품질논란'으론 해석 안돼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4% 감소한 64만865대다. 특히 12월 실적(5만160대)의 경우 무려 20.5%나 감소하면서 급격한 하강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품질 논란의 여파가 일시적으로 판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품질 논란'의 주역인 싼타페는 내수시장에서 전년대비 15.2%나 증가한 7만8772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단순히 품질 논란만으로는 '위기의 현대차'를 논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연이은 품질 논란으로 빚어진 브랜드의 부정적 이미지가 그동안 감춰진 베스트셀링 모델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현대차를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특히 대표 볼룸모델인 아반떼와 쏘나타 역시 국산차 이미지에 감춰졌던 진실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판매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3년 연속 베스트셀링' 아반떼, 10년간 가격 두배 인상

현대차의 내수 판매에 있어 아반떼와 쏘나타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지난해 기준)이 28.5%, 승용·RV 부분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무려 38%에 달한다.

   아반떼 MD 모델은 디자인과 연비, 실내 공간 등 다수의 영역에서 꾸준히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이전 XD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해당 세그먼트 내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 현대자동차  
아반떼 MD 모델은 디자인과 연비, 실내 공간 등 다수의 영역에서 꾸준히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이전 XD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해당 세그먼트 내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 현대자동차

특히 '준중형시장의 최강자' 아반떼는 지난 2011년 이후 3년 연속 베스트셀링 모델에 등극했음에도 전년대비 15.6% 하락하면서 결국 '10만대 판매 돌파'(9만3966대)를 달성하지 못했다. 비록 디자인과 연비, 실내 공간 등 다수의 영역에서 꾸준히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아반떼이지만, 동종 세그먼트 내에 독보적인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보다 젊을 층 공략을 위해 디젤 라인업까지 추가하는 '회심의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떨어지는 판매량을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아직까지 대항마가 없는 상황 속에서 저렴한 수입차들의 파상공세로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아반떼 디젤 풀 옵션 모델(2495만원)의 경우 고객이 중첩되는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하면 가격은 500만원 가량 차이가 있지만, 상품성 측면에서는 골프에 크게 뒤쳐진다.

실제 안전성이 좋은 골프 공차중량이 아반떼보다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더욱 훌륭한 연료 효율성과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또 전통적으로 무거운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아반떼와는 달리 골프는 수동 기반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로 구동된다.

결국 매년 내수시장에서 가격이 조금씩 인상되면서 '높은 가성비'라는 경쟁력마저 잃어버린 아반떼에게는 '판매 감소'라는 성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디자인 변신' YF쏘나타, 5년 만에 체인지 '글쎄~'

한편, NF 모델 당시만 해도 '국민차'의 인식이 자리 잡았던 쏘나타 역시 14.0% 내려앉은 8만9400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 2005년 첫 '연간 판매 10만대' 돌파 등 국내시장에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온 쏘나타이지만, 가격 인상과 품질 논란으로 불과 2~3년 사이에 전체적인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NF 모델(사진 왼쪽) 등장으로 '국민차'의 인식이 자리 잡았던 쏘나타는 YF(오른쪽) 모델부터 미래 지향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오히려 과하다는 평가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NF 모델(사진 왼쪽) 등장으로 '국민차'의 인식이 자리 잡았던 쏘나타는 YF(오른쪽) 모델부터 미래 지향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오히려 과하다는 평가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특히 2009년 출시된 6세대 모델 'YF쏘나타'의 경우 이전 모델의 오래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미래 지향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오히려 너무 과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존 판매량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현대차는 기존 7년 정도 단위의 풀 체인지 기간을 과감히 단축해 YF쏘나타가 나온 지 불과 5년 만인 오는 4월 'LF쏘나타'를 출시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LF쏘나타마저 이전 판매량까지 끌어올리기에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수입차 브랜드의 라인업 확대에 열을 열리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고 이로 인해 자연스레 중형차급에서 쏘나타에 수요가 쏠리는 현상도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아반떼와 쏘나타의 활약으로 국내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46.6%에 달했지만, 이 두 차종의 경쟁력을 잃으면서 점유율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현대차가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책으로 예전 강경책을 펼칠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것인지,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눈여겨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