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 "여자친구가 등산 동호회를 다니는데, 정말 싫습니다. 번개 모임이라고 해서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 하던데, 급 모여서 술 먹고 놀고 그래요. 여자친구가 진짜 등산이 좋아 동호회를 가는데 가지 말라고도 못하고 너무 싫네요."
#2. "주말 경춘선 전철을 타면 등산복을 화려하게 입은 중년들이 종종 보이죠. 부부와 불륜을 구별하는 법은 바로 대화내용과 복장에 있습니다. 불륜은 서로를 '00오빠', '00씨'라 부르며 취미, 영화, 인생 등등 우아하고 형이상학적인 대화를 나누고 최대한 값비싼 브랜드로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있죠."
불황에도 국내 아웃도어산업은 시장규모 7조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업계는 지난해 20%대 고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내수경기를 견인하는 상품군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죠.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주요 산 근처 아웃도어 매장의 매출 상승입니다.
부정적인 면에서 매치가 되는 위의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업계 관계자에게 "등산회가 중장년층 불륜모임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고 이 혜택을 보는 곳이 아웃도어업체"라며 "주요 산 근처 아웃도어 매장의 매출상승 주요인은 중장년층 불륜효과 때문"이라는 조심스레 귀띔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산에 오르며 손도 잡고 등산 후 걸치는 한잔 술에 짜릿함을 느끼며 산악회 회원들끼리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죠. 등산이 '불륜의 온상'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런 연유와 맥을 같이 합니다.
애초에 불륜을 목적으로 산악회에 가입하는 일까지 비일비재하다고도 하는데요. 실제 인터넷 검색창에 등산모임을 클릭해보니 노골적으로 '애인만들기' '술친구찾기' '파트너찾기' 등 그릇된 미팅을 조장하는 곳을 쉽사리 찾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와 맞물려 등산로로 유명한 북한산 입구에는 노스페이스, K2, 블랙야크, 라푸마 등이,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검단산 근처에는 JDX, 코오롱스포츠, 빈폴아웃도어 등 아웃도어 상권이 잘 발달했습니다.
북한산 입구 한 아웃도어 점주는 "등산 성수기엔 고객이 느는데 주요고객층이 40~50대 중장년층"이라며 "제품을 사려는 고객도 있지만 하산 후 몸을 녹이며 커피 한잔 마시는 커플도 많다"고 말해 분위기를 짐작케 했습니다.
이에 더해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등산이 불륜장소로 손꼽힌 지 오래지만 제주 올레길 등 트레킹코스도 만만찮다"며 "제주도라는 여행지 성격상 홀로 오는 골드미스족을 목표로 삼은 중년남성들도 속속 눈에 띈다"고 전하더군요.
아웃도어 브랜드 인기가 떨어질 줄 모릅니다. 최근 3년 기준 아웃도어 매출은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코리아, 블랙야크 상위 4개 브랜드가 4강 체제를 굳건히 하는 가운데 네파, 컬럼비아, 밀레 등이 뒤를 바짝 쫓고 있죠.
이들 브랜드의 각 매장 연매출은 20억원가량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아웃도어 인기 상승에 불륜이 한몫하고 있다는 사회 이면의 씁쓸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등산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여성들이 취미활동으로 산을 찾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말 산이 좋아 매주 산을 찾는 마니아층도 두텁게 형성돼 있죠. 숲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신을 단련하고 즐거움을 찾고자 산을 찾는 진정한 산악인들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까 기우가 앞서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