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2005년 10월 '윤리헌장'을 선포한 이후 철저한 윤리경영을 대외적으로 홍보해온 현대중공업이 전·현직 임직원들의 원전비리 연루 탓에 씻을 수 없는 치부를 드러냈다. 특히 '을(乙)' 입장에서 밝혀진 현대중공업의 뇌물비리는 하청업체에 대한 '갑(甲)' 비리로 이어지면서 온갖 비난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뇌물비리는 지난해 7월 발표된 원자력발전소 납품비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부산지검은 UAE 원전 부품 납품 청탁과 관련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송모(48) 부장과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들을 기소했으며, 확인된 뇌물 액수만 17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한수원에게는 '乙' 행세를 자처했던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에게는 '갑'의 지위로서의 '모범적인(?) 비리 형태'를 완성시킨 셈이다.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협력업체로부터 모두 36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으며, 차명계좌를 이용해 15억원을 챙긴 차장급 직원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비리 형태에 대해 숨겨져 있던 고질적 관행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하물며 이렇게 확인된 사항조차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현대중공업 비리가 더욱 문제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본인들이 8년간 추진해온 '윤리 경영'이 몇몇 임원들로 하여금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원들에게 수없이 강조한 윤리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임원들이 나서서 금품 로비에 개입한 현실도 민망할 따름이다.
현대중공업도 이러한 분위기를 쇄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과 고위 임원 150여명이 울산 본사에서 윤리경영실천대회를 열고 '재발방지 나서기'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역시도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