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자는 ‘전천후 변신로봇’을 좋아한다. 평상시엔 땅 위에선 ‘탱크’로 적과 싸우다가 하늘에선 전투 비행선으로 변신해 UFO와 맞서고 다시 물 속에선 잠수함이 돼 해저 괴물들과 대결하는 그런 로봇 말이다.
그래서일까. 좋아하는 차종도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CUV)’다. 스포츠카의 다이내믹함과 세단의 안락함 그리고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의 파워를 ‘이종교배(異種交配)’한 차 말이다.
예전에 CUV에 관해 취재하다가 한껏 매료된 차가 있었다. 그리고 수개월을 벼르고 벼른 끝에 드디어 이 차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잡았다. 바로 ‘캐딜락 SRX 4.6L(이하 SRX)’다.
SRX의 첫 인상은 ‘세련미’ 그 자체였다. 다른 캐딜락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V자 모양의 그릴, 수직형 램프 등 중후한 캐딜락 패밀리 룩을 이어받았지만 더욱 미래지향적이다.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매트릭스2 리로디드’에서 주인공 ‘네오’를 추적하는 정부요원들의 차량으로 이 차가 등장한 것이 PPL 마케팅 덕만은 아닌 성 싶다.
SRX는 앞 17인치, 뒤 18인치 크기의 휠을 각각 장착했다. 따라서 타이어도 앞(235/60R18), 뒤(255/55R18)가 서로 다르다. 이는 주로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래서일까. 옆모습은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것 같은 역동적인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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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어떨까. ‘캐딜락’의 최대 장점인 넓고 편안한 실내는 SRX에서도 그대로였다.
운전석은 편안했다. 최고급 가죽으로 만든 시트는 스포츠카에 채용되는 버킷 스타일을 채택, 급격한 코너링이나 비포장길에서도 몸을 흔들리지 않도록 감싸줄 준비를 완료했다. 시트는 탑승자의 다양한 체형에 알맞게 전동 조절이 가능했다. 운전석 힙 높이가 660mm로 승용차보다 높아 시야 역시 그만큼 더 넓었다.(이상은 조수석도 마찬가지다.)
대시보드 중앙부는 운전석 쪽으로 약간 틀어져 배치됐다. 정 가운데를 바라보는 다른 차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원하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선 끝도 없이 펼쳐진 고속도로를 며칠을 달려야 하는 미국 현실에 맞춰 운전자 중심으로 컨트롤 장치들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전자의 신체 조건에 맞춰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었다. 이는 다른 차에선 찾아보기 힘든 최고의 장점이다.
이 차는 총 3열의 좌석 배치를 ‘극장식’으로 했다. 즉, 2열 시트가 1열 보다 높고, 3열 시트가 다시 2열 보다 더 올라가는 형태다. 따라서 3열 승객도 시야가 전혀 가리지 않아 장거리 여행시에도 답답하지 않을 듯하다.
다만 차가 긴데다 3열 시트까지 높이 올라와 있다 보니 운전자가 뒤를 살피는데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평상시엔 3열을 접고 다니는 것이 편하다.
버튼을 눌러 테일 게이트를 여니 내부 우측에 전동식 3열 폴딩 버튼이 눈에 띈다. 3열 헤드레스트 2개를 분리한 뒤 이 버튼을 눌렀다. 그 즉시 3열 시트가 사라지고 넓은 적재공간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적재 공간 바닥엔 분리된 헤드레스트 보관장소까지 만들어져 있어 편리하다.
SRX의 적재 용량은 평소 238리터(L)이지만 3열 시트를 접으면 918L, 2열 시트까지 마저 접을 경우 1968L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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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열과 2열 우측 시트를 접은 상태 | ||
2열 탑승자는 접이형 컬러액정 크리스탈 스크린과 보스 오디오, 적외선 무선 헤드폰, 비디오 게임 잭 등을 통해 DVD나 게임을 즐기며 긴 여정을 보낼 수 있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울트라 뷰’다. 차 위에서 내려다 보면 지붕 대부분이 유리로 덮여있는 구조인데 루프를 열면 1열은 물론 2열에서도 하늘을 직접 느낄 수 있고, 3열에선 유리를 통해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다. 따라서, 오픈카는 아니지만 오픈카의 기분을 낼 수 있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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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X의 울트라 뷰 | ||
CUV답게 세단 보다 차고(車高)는 높다. 제원에 따르면 1685(1720)mm다. 하지만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인 기아차 쏘렌토의 1725(1805)mm나 쌍용차 렉스턴의 1785(1840)mm 보다 낮다. 여기에 스텝 오버(step-over)까지 설비돼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나 노약자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달리는 것은 어떨까.
달리기 전에 운전석 안전벨트를 매려고 보니 벨트가 운전석 등받이 좌측에서 나오는 것이 독특하다. 보통
안전벨트가 ‘B필러’라고 부르는 차체 중간 기둥(지지대)에서 나오게 되는 일반 차량과 다른 점이었다. 조수석 벨트는 조수석 등받이 우측에서
나왔다. 그만큼 유사시 몸을 지탱해주는 속도가 빠르고 강도가 강해 더 안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SRX에 얹은 ‘심장’은 캐딜락이 자랑하는 차세대 4.6L 노스스타(Northstar) V8 VVT 가솔린 엔진. 캠 샤프트 타이밍이 일정한 일반 엔진과 달리 가변 밸브타이밍(VVT) 시스템이 각 흡.배기밸브의 행정 타이밍을 지속적으로 변동시켜 더욱 부드러운 공회전과 함께 저속 회전에선 토크, 고속 회전에선 출력을 더욱 향상시킨다.
이에 따라 이 차는 최고출력, 고속에 315마력, 최대토크 43.6kg.m의 괴력을 뿜어내며 영동고속도로의 평탄한 아스팔트 길은 물론 끝도 없이 이어지는 대관령 산길까지 거침없이 질주했다. .
수동변속 모드(DSC)를 갖춘 최첨단 하이드로 매틱(Hydra-Matic) 5단 자동 변속기의 신속 정확한 변속은 강력한 힘과 어우러지며 교통량 많은 주말 영동고속도로에서 현란한 치고 빠지기를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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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X의 매력 중 하나는 대담하면서도 매끄러운 보디라인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 캐딜락 측은 200시간이 넘는 윈드 터널 테스트를 했고, 마침내 공기저항계수 0.37이란 경이로운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 덕에 ‘한 덩치’를 하는 SRX이지만 고속 주행에서도 소음이 별로 없었다.
SRX에 내장된 세계에서 반응 시간이 가장 짧은 전자식 서스펜션 시스템(MRC)과 상시 4륜구동(AWD) 시스템은 그 어떤 노면 상태에서도 안정적이고 편안했으며, 4채널 ABS, 스태빌리트랙 전자식 자세 안정 시스템, 프론트 듀얼 에어백, 앞좌석 사이드 임팩트 에어백, 1.2열 승객의 머리를 보호하는 좌우 루프 레일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안전장비로 무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운전하는 내내 마음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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