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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프레미어스 엠코' 불편한 진실 네 가지①

천장 붕괴 시작으로 빙판 주차장에 엘리베이터까지 멈춰

박지영 기자 기자  2014.01.17 15: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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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 동북권 초고층 주상복합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가 갖가지 결함으로 입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입주민협의회 측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천장낙하'는 일각에 불과하다. 눈발만 날려도 곧장 빙판으로 변해버리는 주차장과 시도 때도 없이 멈추는 엘리베이터, 화재경보기 오작동까지 어느 하나 멀쩡한 게 없을 정도다. 덮고 덮어도 새로운 결함이 나오는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를 직접 찾아 입주민 애환을 들어봤다.

지난 1월3일 새벽 5시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 입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C동 17층에서 화재경보와 함께 대피방송이 나왔지만 소리가 작았던 탓에 못들은 사람이 태반이었다. 입주민협의회 쪽에 따르면 실제 밖으로 나온 입주민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경비원은 기계오작동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입주민 입장에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A동 1303호에 입주한 박모씨는 "오작동도 문제지만 소리가 안 들렸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실제 상황이었다면 자다가 그냥 요단강 건넌다는 얘긴데 뽀대(폼)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원인규명을 촉구했다.

◆떨어진 천장 마감재에 주민 가슴도 '철렁'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 입주민 신변을 위협하는 것은 화재경보기 미작동뿐만 아니다. 아파트 곳곳에 산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됐던 '천장낙하사건'이 대표적이다. A동 3404호에 입주한 B씨는 지난해 12월12일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한다. 오후 1시40분께 두 딸과 함께 귀가 중이던 B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던 중 우레처럼 들려온 '쾅'소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성인남성 키를 훌쩍 넘는 문제의 현관 천장길이를 B동 2603호에 입주한 신모씨가 재고 있다. = 박지영 기자  
성인남성 키를 훌쩍 넘는 문제의 현관 천장길이를 B동 2603호에 입주한 신모씨가 재고 있다. = 박지영 기자
얼른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향한 B씨. 현관문을 연 그는 다시 한 번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신발장 위 천장이 떨어지는 바람에 사방에는 유리파편 천지였다. 그 앞에는 노모가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로 멍하게 있었다. 집에 있던 노모가 '삐걱'대는 소리를 따라 현관 쪽으로 향했더니 느닷없이 천장이 뚝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것.

여기에 사고가 발생한 지 채 2분도 안 돼 다 큰 딸과 손녀가 들어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더욱 심각한 점은 현대엠코 측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현대엠코 측은 언론에 "떨어진 것은 천장이 아니라 타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자가 본 해당 물건은 '타일수준'이 아니라 유리코팅된 '가로 200㎝×세로 76㎝×두께 1㎝'의 합판 하이그로시였다. 무게는 12kg으로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면 자칫 인명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가구가 B씨의 집에도 여럿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B동 2603호 신모씨는 "이튿날 이 문제로 현대엠코 측과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당시 우리 쪽은 전 가구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현대엠코 측은 육안검사로 끝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몇 가구 더 둘러보자고 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신씨에 따르면 이모 현대엠코 현장소장은 "원래 천장이 쉽게 떨어지는 게 아니고 성인남자가 매달리거나 압축기 축을 메달아도 잘 안 떨어진다"며 협의회 쪽 의견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소장의 장담은 빛 좋은 호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다. 협의회 대표와 신씨 집 천장이 쉽게 떨어진 것이다.

◆멈춰선 엘리베이터 안 '공포의 50분'

비상대책회의가 열린 12월13일, 또 문제가 발생했다. 회의에 참석하려던 입주민 한 명이 50여분간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일이 일어났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7시30분께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갇힌 B동 2601호 C씨. 그는 "C동 6층 버튼을 누른 후 취소하고 다시 1층 버튼을 누르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며 "비상벨을 누른 후 핸드폰을 봤는데 통화권 이탈이었다"고 떨렸던 당시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경비실에서 5~10분이면 업체 관계자가 올 것이라더니 40~50분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며 "만약 어린애가 갇혔다면 얼마나 겁을 먹었겠느냐 아마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 주상주차장은 뚫린 외벽 탓에 눈이 오면 늘 바닥이 얼어 사고를 야기시키고 있다. = 박지영 기자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 주상주차장은 뚫린 외벽 탓에 눈이 오면 늘 바닥이 얼어 사고를 야기시키고 있다. = 박지영 기자
상봉 프레미어스 엠코를 둘러싼 결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부에 노출된 지상주차장도 겨울철만 되면 빙판길로 변해 인명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지상주차장은 유리막 하나 없이 외부에 노출돼있다. 외벽은 어른 가슴팍까지만 올라와 있어 층고 사이로 눈과 비가 새어들어 오는 구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결국 어김없이 사고가 발생했다. A동 4303호 윤모씨는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B동 D씨의 경우 이사를 한다고 해 시골의 장인, 장모가 올라왔는데 4층 주차장에서 뒤로 넘어져 허리를 크게 다쳤다더라"며 "주상복합아파트 주차장에서 빙판에 넘어진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러한 입주민 성토에 대해 현대엠코 측은 최대한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엠코 관계자는 "현재 협의체 쪽과 계속 협의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협의체 쪽이 요구사항을 내놓으면 우리가 안건을 내놔 잘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