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1일 가족 마중을 위해 방문한 인천공항. 남녀로 구성된 혼성 성악가들이 아름다운 '넬라판타지아' 선율을 공항 전체에 퍼뜨리며 훈훈한 연말 분위기를 연초까지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1월 중순입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소비의 중심도시 서울 명동 일대는 연말연시를 맞아 화려한 조명과 장식으로 한껏 들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죠. 신정 이후 고조됐던 흐름이 한풀 꺾이고 하나둘씩 성탄 음악도 사라지는 이 시기, 국제공항을 수놓는 음악이 떠나는 이들과 한국을 찾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었습니다.
= 전지현 기자 |
더군다나 거리를 지나칠 때마다 내국인을 홀대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섭섭했던 일본어 호객행위가 부쩍 잦아든 반면 중국어와 태국어를 곁들인 호객행위가 눈에 띄게 늘었더군요.
실제 지난 15일 통계청과 주 일본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253만2000명으로 2012년 같은 기간 329만1000명보다 무려 23.1%나 감소했습니다. 엔저 여파로 일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화점업계 역시 올해 중국손님 모시기로 눈을 돌린 지 오래입니다. 여기에 오는 31일부터 일주일간 펼쳐지는 중국 춘절 연휴와 맞물려 최대 8만명의 중국인이 국내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자 유통업계에는 엔저로 방문이 뜸해진 일본인을 포기하고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올인'하는 모습입니다.
일본 경기침체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귀한 몸이 된 중국인의 소비패턴에 맞춰 영업전략을 세워야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 소비 성향을 살펴보면 씀씀이가 큰 편이지만 대부분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서 쇼핑을 즐기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대문과 명동일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 소매점들은 방문 대상이 달라진 현 추세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명동에서 홍삼제품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일본 관광객이 좋아하는 품목을 주로 들여놨었는데 최근 몇 달간 장사가 안 돼 중국 및 아시아국가 관광객 중심의 상품으로 돌렸다"며 "중국인이나 그 외 아시아 여행객이 일본인을 대체하진 못하는지 매출이 상당히 줄었다"고 볼멘소리를 하더군요.
지난 주말, 한참을 공항에 머물며 음악선율에 젖어 연말연시 분위기에 흠뻑 취해있었습니다만 이내 며칠 전 돌아본 명동을 떠올리니 공항의 송년분위기는 결국 '유통대기업들 배불려 주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느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