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해운업은 보통 매출 9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출 효자산업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시작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해운업계를 이끌고 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내리막길을 걷다가 최근에는 자금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돈 될 만한 것을 모두 팔면서까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두 기업 모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째 적자를 지속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물론,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처럼 세계 경제회복의 열쇠를 쥔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올해 국내 해운업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번지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변수가 국내 해운업계에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일부 초대형 해운회사들이 글로벌 해운시장 주도권과 지배력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전법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과거 몸집 부풀리기를 통해 세계 해운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바 있는 머스크 라인(덴마크)이 이번에는 초대형 얼라이언스 구축이라는 새 전략을 구사했다. 세계 1위 머스크 라인을 비롯해 2, 3위인 MSC(스위스)와 CMA CGM(프랑스)이 합세한 'P3 네트워크'가 바로 그것.
2분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P3는 특히 아시아~유럽 노선과 대서양 항로 등에서 전체 선박량의 40% 이상을 차지해 무엇보다 위협적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수출입기업과 화주는 운임 결정권이 P3에 의해 좌우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국내해운사들 역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더욱이 해운 수요가 증가하고 해운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4년은 모든 해운사가 노리는 기회인만큼 P3에 밀린다면 올해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
한진해운은 자신들이 속한 CKYH(코스코·K-라인·양밍·한진해운)에 대만 국적 해운사인 에버그린을 참여시켜 규모를 키우고 원가경쟁력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일찌감치 P3에 대비한 G6 얼라이언스(현대상선·APL·MOL·하팍로이드·NYK·OOCL)와 함께 아시아, 유럽, 미주 지역 컨테이너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노선을 운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정적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P3가 휘두르는 '저가운임' 방망이는 국내해운사들을 모두 쓰러뜨릴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 처방은 물론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해운업의 체질개선을 도모하는 등 팀워크로 승부해야 한다.
머스크 라인을 보유한 덴마크는 물론 △중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도 자국 선사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글로벌 해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선사들은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선사들이 비슷한 경영난에 처했고, 글로벌 선두업체들은 정부 및 금융권 지원과 해운경기 회복세 등에 힘입어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모습은 국내해운사들이 작년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과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현재 위기가 개별 해운사의 위기가 아닌 국내 해운업 전체의 위기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해운업의 추락은 우리 미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고 국가의 국력을 대변하는 자존심이기에 적극적으로 해운업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정부가 국적 선사들의 붕괴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