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갑오년(甲午年)을 맞아 모든 기업이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는 한해를 기원하지만, 그룹사들의 체감온도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주머니에 숨은 손은 올해 성패를 결정지을 회심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만큼이나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은 그룹사별 오너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과 이하 계열사들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변화의 바람을 극복해야만 두둑한 곳간을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인 지속경영도 전개할 수 있다. 주요 그룹사들의 갑오년을 미리 좇았다.
갑오년을 여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신년사는 지난해와 사뭇 달랐다. 간결하면서도 핵심이 있고 여운을 남겼다.
2014년 정초부터 큰 변화를 맞는 기업이 포스코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는 3월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을 뒤로하고 새로운 수장을 맞는다.
◆2014년 포스코, 차기 회장 안착이 최우선
지난 2일 정 회장의 신년사는 한마디로 간결했다. 한 해 동안 포스코의 핵심과업과 나아갈 방향 등을 조목조목 짚었던 지난해와 달리 핵심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일축했다.
"글로벌 No.1 경쟁력, No.1 수익력을 방어하기 위해 매진하자!"
2014년 수장이 바뀌는 포스코는 경쟁력과 수익력 방어를 목표로 제시했다. 차기 회장의 안착이 포스코 앞날에 키를 쥐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센터 전경. ⓒ 포스코 |
정 회장은 세계철강협회 회장에 선임됐고 혹한기라고 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도네시아에 포스코 첫 해외 일관제철소를 준공했다. 종합 소재 및 에너지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여러 투자사업에서도 진전을 이뤘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어려울 때 이기는 게 진짜 실력이라고 했다"며 "우리 임직원이 저마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열정을 끌어올려 핵심과업을 치열하게 실행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마지막 일성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차기 회장의 안착이 최우선이다. 이처럼 차기 회장을 염두에 둔 듯 정 회장은 올해 목표를 사업의 적극성보다 안정을 택했다.
포스코는 16일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권오준 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권 사장을 최고경영자(CEO) 후보인 사내이사 후보로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 결의했다.
'외부인사 영입이냐, 내부인사 선출이냐'를 두고 수많은 하마평이 있었지만 결국 내부인사 선출로 가닥이 잡혔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권 사장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포스코 차기 회장에 공식 취임한다.
◆차기 선장 권오준의 나아갈 길은?
권 사장의 내정이 포스코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현재 철강 공급과잉과 원료시장 과점심화 등의 시장 여건으로 인해 포스코뿐만 아니라 철강업계 전체는 저수익성 환경에 처해 있다.
포스코의 사업구조 재편을 강력하게 추진해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포스코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인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 것.
이와 관련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향후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고유기술 개발을 통한 회사의 장기적 메가성장 엔진을 육성하는 등 포스코그룹의 경영쇄신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판단해 권오준 사장을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 내정에 대한 대내외적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내부인사를 뽑은 것을 두고 청와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관치에서 탈피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외국인 수급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철강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부인사가 내정되면 포스코를 바라보는 외국인이 부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권 사장은 자타공인 철강기술전문가다. 회사의 월드베스트, 월드퍼스트 기술개발을 주도해 독점적 기술경쟁력을 확보했고, 소재분야 전반에 대한 기술경쟁력 우위 확보에도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또 유럽사무소장 등의 경험을 통해 해외철강사 네트워크는 물론 글로벌 역량 역시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대 금속공학과와 캐나다 윈저대 금속공학과(석사), 피츠버그대 금속공학과(박사)를 졸업하고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한 이후 기술연구소 부소장, 기술연구소장, RIST 원장 등을 거쳐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으로 재임하기까지 28년간 포스코를 떠난 적이 없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문제는 권 사장의 경영능력에 있다. 자산규모(공기업 제외) 기준 재계 6위인 포스코를 이끌고 가야 하는 권 사장의 앞길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철강산업의 경기부진은 무시할 수 없는 걸림돌이다.
게다가 정 회장이 이끈 포스코의 5년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잇따른 유로존 리스크는 포스코도 괴롭혔고, 철강불황 타개책으로 모색한 사업다각화는 포스코의 발목을 잡았다.
2012년부터는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2010년 11.6%에 달한 영업이익률은 2012년 5.7%, 2013년(1~3분기) 5%로 뚝 떨어졌다. 권 사장에게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회장 취임과 함께 포스코를 세계적 종합에너지그룹으로 키워야 하는 짐을 지게 됐다.
이와 관련 포스코 이사회는 권 사장 심층면접을 통해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 △재무 건전성 강화 △그룹 가치 제고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포스코는 철강업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그동안 무역, 에너지, 화학, 소재 등 유관업종에도 투자를 확대했다. 이 중에서도 철강, 소재, 에너지를 3대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2020년까지 세계 100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 모든 목표를 이제 권 사장과 함께 이뤄야 한다. 기술부문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지만 기획, 재무, 전략 등 경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 속에서 계열사 포함 3만7000여명의 임직원을 이끌며 포스코를 재편하려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포스코의 2014년, 나아가 2016년 3월 임기까지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회장 공식 선임 전까지 권 사장 스스로 자신의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사와 조직개편을 구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