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 이내 결혼식을 올린 남·여 500명 부부를 대상으로 결혼지출 비용과 부담감 등 인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1인당 비용은 평균 5198만원(주택 마련 비용 제외)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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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인 기자 |
특히 이 조사에서 응답자 85%는 '결혼의 호화사치 풍조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으며 그 요인으로 '남만큼 호화로운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는 의식 때문(27.6%)'이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유명 연예인의 소박한 결혼식이 화제가 되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작은 결혼식'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결혼 패러다임에 발맞추며 '친환경'을 접목한 신개념 웨딩컨설팅을 구축하고 있는 (주)대지를 위한 바느질(대표 이경재·사진, 이하 대지 바느질)을 찾았다.
14일 오후 그를 만난 곳은 서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고즈넉한 환경을 보존한 서울 성북구 성북동이다.
◆자연서 얻은 모티브 '이색 그린결혼식'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이경재 대표는 목적 없는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껴 '귀농'을 결심한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이때부터 친환경 의류 구상에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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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지퍼 등 부자재를 제외한 부분은 모두 친환경 원단을 사용해 만들고 있다. ⓒ 대지를 위한 바느질 |
이런 상황에서 우연히 유명 연예인의 고가 결혼식이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며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했다. 당시의 회고다.
"웨딩드레스는 짧은 시간, 일회성으로 입는 옷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일반인은 실크드레스 비싸서 입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대부분 합성섬유를 섞어 만들지만 3~4회 대여 후 모두 폐기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지는 드레스도 모두 환경파괴의 주범이 된다는 거죠."
이후 이 대표는 일본에서 옥수수로 만든 실을 수입해 '생분해 웨딩드레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식이 끝난 후 땅에 묻으면 자연스레 썩는 것은 물론 리폼을 통해 일상복으로 돌려 입을 수 있다.
이 드레스들은 이 대표의 개인전 후 인터넷과 입소문을 통해 급속히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색 드레스'라는 테마로 방송에 나가기도 했다.
여기서 탄력 받아 대지 바느질은 △청첩장 △부케 △음식 △꽃도 모두 자연에서 소스를 얻어 제작하고 있다. 특히 식이 끝나면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는 땅에 묻고, 장식 꽃은 화분으로 제작해 하객들에게 모두 나눠주는데 하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단다.
◆벌써 200쌍 인연…직원 셋이지만 평판은 국내 일류
사회적기업 경진대회에서 서울·강원지역 대상을 받은 대지 바느질은 2008년 사회적기업 명패를 달았다. 현재 직원은 3명에 불과하지만 벌써 이들 손을 거친 커플은 200쌍을 넘어섰다. 해외에서도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 힘들지만 설립 초기와 비교해 200%의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는 설명도 보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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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대표는 웨딩물품에서 더 나아가 유아용품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 대지를 위한 바느질 |
"시중보다 비쌀 거라고 생각하지만 맞춤웨딩이라는 점에서 훨씬 저렴한 편입니다. 또 돈을 주고 맡기면 알아서 해주는 웨딩업체와 다르게 우리는 하나하나 같이 고민하며 패키지가 아닌 지역업체들을 선정해 단가를 낮출 수 있죠. 이런 이유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제법 덩치가 커진 웨딩컨설팅은 웨딩물품뿐 아니라 아기용품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이들을 통해 결혼한 부부들이 아기를 낳고 아기 옷을 주문하는 건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친환경 웨딩 옷으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친환경 면으로 옷을 의뢰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대지 바느질은 현재 친환경 유니폼, 친환경 환자복 등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다양한 친환경 소재도 연구 중이다.
대지 바느질이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기존의 소비적인 결혼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지역 중심의 건전한 결혼문화를 조성, 마을경제를 회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마을결혼식'을 성북구와 함께 매년 후원하고 있다. 더불어 다문화가정을 위한 친환경 웨딩이벤트도 전개해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인터뷰 말미 빼놓지 않고 향후 계획과 사업 최종목표를 물었다.
"성북구를 시작으로 점차 활동영역을 넓히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요. 웨딩컨설팅이 주도적으로 계획하는 획일적인 결혼식이 아닌 이런 지역문화로 자리 잡게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이게 사회적 기업의 목표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