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근래 나온 대법원 판결 중 사회 일반에 널리 영향을 미치는 한편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것으로 단연 '통상임금' 사건을 꼽는 이가 많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기본급보다 각종 수당 등에 크게 의존하는 왜곡된 임금 체계를 오래 유지해 왔는데 이에 따라 논란 요소가 적지 않았다. 이를 바로잡는 선언적 판례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건이었다고 평가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여전히 문제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물론 사회적 이슈나 쟁점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가 많고 또 그 층이 두텁게 유지되는 가운데 건전한 토론과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무관심보다 낫다. 다만 지금 통상임금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것은 판결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논란의 일부 불씨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 안타깝다.
10일 이 문제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는데 노동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물론 변호사 등 법조인, 그리고 노무사 등 인사노무 유관 전문가들이 대거 몰려 성황을 이룬 점은 통상임금의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방증으로 읽혀 씁쓸하다. 통상임금의 윤곽을 그리고자 대법원이 고심하기는 했지만 지나간 통상임금이 소급 청구에 대해 기업의 경영사정을 고려해 신의칙에 의지하도록 한 것 등 상황을 미봉책으로 둔 부분이 없지 않다.
더욱이 이번 판결의 그물코를 벗어나 오히려 근로자 복리의 후퇴가 이뤄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복리후생비(휴가비 등)를 주어온 게 관행이라 앞으로 복리후생비 대부분이 통상임금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기업이 정기상여금도 재직자에만 주게끔 변경하는 유행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기존의 복잡한 임금 시스템을 더 왜곡·변질시킬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부담 가중 우려는 이미 예전부터 제기된 것이라 따로 적지 않겠다.
결국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고 부작용과 임금 시스템의 왜곡 우려까지 있는 상황이고 보면, 어떤 식으로든 법적인 정비를 통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높아 보인다. 10일 세미나를 통해 표출된 여러 우려는 우리 사회가 통상임금 판결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인사노무 지형을 갖고 있으며, 이를 빨리 측량, 개간할 필요가 높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여담이지만,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 지표가 생각만큼 좋지 않아 테이퍼링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고용과 이를 통한 소비자들의 지출이 국가 경제 전반을 좌우할 수 있다는 상식을 잘 반영한 일이다. 경제적 난국을 헤쳐가야 하는 2014년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노동시장의 문제를 안고 뛰기엔 체력이 부족하다. 미국조차도 노동 관련 문제로 정책적 부담을 크게 안고 있는 사정을 볼 때 이런 이슈는 조기에 털 필요가 시급하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학술이나 사법적 판단만으로 모두 정비되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으니, 이제 정치적인 입법 노력으로 각종 문제점을 조율해 재계와 노동계의 고민과 요청 중 타당한 요소를 최대한 포섭하는 게 요청된다고 하겠다. 최종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