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흔히 관절질환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무릎이나 어깨 질환을 떠올린다. 우리 몸에서 골반 뼈와 넓적다리 뼈를 잇는 엉덩이 관절이 보내는 건강신호에 대해서는 대체로 둔감한 편이다. 엉덩이 관절은 퇴행성 변화를 비롯해 잘못된 음주 습관, 감염 및 외상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한 고관절 질환이 유발될 수 있는데, 양반다리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엉치뼈 썩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으로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꼽을 수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란 넓적다리뼈 제일 윗부분인 대퇴골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충분한 영양과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괴사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전체 고관절 질환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며, 엉덩이와 사타구니에 찌릿한 통증이 급작스럽게 나타나거나 1~2주 이상 지속되는 증상이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과도한 음주, 스테로이드제 복용과 고관절 외상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인의 독특한 음주문화로 인한 과도한 알콜섭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 음주는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농도를 증가시켜 혈액이 쉽게 응고되게 하는데, 이 응고된 혈액은 혈관에 달라붙어 혈액순환을 방해, 괴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퇴골두는 크기에 비해 연결된 혈관이 매우 가늘고 그 숫자도 적어 혈액순환 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다. 따라서 음주로 인한 혈액 순환 장애가 장기적으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술자리가 많은 30~50대 남성들에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가장 많이 발병된다.
◆발병 원인 제각각 '퇴행성 고관절염'
고관절도 무릎 관절 못지않게 체중 부하를 많이 받는 관절 중의 하나이므로 당연히 퇴행성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퇴행성 관절염이 일차성 퇴행성 관절염이다.
반면, 이차성 퇴행성 고관절염은 태어날 때부터 고관절이 빠지는 선천적 고관절 탈구, 세균 감염으로 인한 화농성 고관절염 및 외상으로 인한 퇴행성 변화 등이 원인이 되어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고관절은 이차성 퇴행성 고관절염이 흔한 편이다. 젊은 층이라도 고관절 질환을 앓은 병력이 있고, 고관절에 통증이 생겼다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경미한 초기증상으로 치료시기 놓칠 수 있어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지만 고관절 질환은 초기 치료가 상당히 중요하다. 초기인 1~2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관절을 살릴 수 있지만 3기 이상으로 넘어가면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관절 질환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 없이 엉덩이나 사타구니 쪽에 경미한 통증만 나타나므로 질환을 재빨리 알아채기 어렵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허리나 엉치뼈에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척추질환으로 의심하게 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초기 치료는 뼈에 구멍을 뚫어 압력을 낮추고 혈관이 자랄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주는 감압술을 시행하며, 손상이 대퇴골두 표면에만 국한된 경우에는 대퇴골두 일부분에 특수 금속으로 된 기구를 씌워 정상적 인 관절기능을 하도록 하는 표면치환술로 치료한다.
한창욱 강북힘찬병원 과장(정형외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