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트래킹 열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생태수도의 고장' 전남 순천에 '둘레길(가칭)'이 조성되고 있어 벌써부터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둘레길'이란, 말 그대로 봉화산 바깥 언저리를 한 바퀴 '빙 도는' 산책코스.
순천 신・구도심 한 가운데에 자리한 봉화산(해발 355m)은 28만 시민의 '허파기능'이자, 조선시대에는 봉수대가 설치됐던 산이다.
봉화산은 정상까지 1시간이면 등극할 수 있는 산이지만, 여성이나 노약자가 단박에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이 때문에 도시자연공원 봉화산에 시민 누구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면서 트래킹 할 수 있는 코스개발 여론이 일었다.
순천 봉화산 둘레길 위치도. 사진 왼쪽이 원도심과 동천이며, 오른쪽은 신도심이다. ⓒ 순천시 |
▲봉화산 둘레길 12.5km 접근성이 장점
지난 2012년 5월부터 고안된 봉화산 둘레길은 총연장 12.5km, 폭 2m 넓이로 봉화산 지형의 '3부 능선'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개발됐다. 봉화산 둘레길의 최대 장점은 접근성.
봉화산 언저리에 무려 20여 곳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산책길로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데 보통 3~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총연장 12.5km의 둘레길은 동서남북 4개코스로 나눠 고유의 이름을 붙였다.
4개코스는 △약속의길(시대아파트~현대5차) △청백리길(현대5차~죽도봉) △동천길(죽도봉~망북) △순천미인길(망북~시대아파트)로 나눠 스토리텔링화 했다.
사업비는 104억원(토지보상비 80억, 공사비 24억원)으로 현재 공정율 80%대를 보이고 있으며, 오는 3월말 준공돼 개장된다.
봉화산은 전체면적의 70%가 사유지. 이 때문에 둘레길을 만드는데 토지소유주들의 승낙을 받는 문제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얘기.
▲둘레길 사슴떼 만나는 운치에 벌써부터 입소문
아직 정식 개장을 안했지만 벌써부터 입소문이 돌아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운 좋으면' 여러 마리의 사슴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색다른 운치이다.
이곳 사슴은 인근 농장에서 방목된 사슴으로 등산객들과 자주 마주쳐서인지 전혀 주눅들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들기 일쑤다.
소문을 듣고 광주에서 왔다는 김성환씨(53)는 "지난달 여수 비렁길을 가봤고 이번에 봉화산 둘레길을 오게 됐는데, 편백숲이 있어 좋다"며 "노루인지 꽃사슴인지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고, 순천시내를 한바퀴 구경한 셈이다"고 엄지손을 치켜 세웠다.
순천 봉화산 둘레길에서는 사슴떼도 만날 수 있다. 사람이 다가와도 비켜줄 생각이 없는 듯 하다. ⓒ 순천시 |
팔마고 방면에서 올라왔다는 주민 김성희씨는 "다른 지역 걷기코스는 햇볕에 노출되는데, 이곳은 숲이 가려줘 여름에도 좋을 거 같다"며 "한바퀴 도는데 5~6시간이나 걸리지만 오솔길이 운치있어 너무 좋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용당동 주부 강현숙씨(51)도 "이 마을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사방천지에서 올라올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이런 둘레길은 진작에 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봉화산은 등산로만도 27곳에 달하며, 왕래가 잦은 주요등산로도 10곳이 있다.
봉화산 둘레길은 아직 완공이 안됐지만, 트래킹을 하는데는 성가신 데는 별로 없다.
3월 말까지 갈림길 안내판과 휴게의자, 스토리텔링, 둘레길 주변 수목식재 등의 작업이 끝나면 산책길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사유지 70% 땅주인 설득, 산림훼손 최소화 신경 곤두
물론 둘레길 조성사업이 순탄치 많은 않았다. 봉화산 면적 대부분이 사유지인 관계로 길을 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는 전언이다.
대개는 토지주로부터 사용 승낙을 받아 길을 텄지만, 매입을 원하는 소유주에는 3.3㎡당 1만~3만원을 주고 매입했다. 또 끝내 토지사용을 불허한 사유지가 있어 우회로를 만들 수 밖에 없어 시민들의 협조가 아쉬웠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경험이다.
실무자인 시청 도시과 이만용씨는 "그동안 재산세만 내고 활용을 못했는데, 시에서 매입한다니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일부 소유주는 매도는 커녕 토지 사용승낙도 거부해 부득이 우회로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며 과정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시에서는 둘레길 완공 후라도 토지소유주의 동의를 얻어 당초의 둘레길 노선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로 길을 내는데 어려움도 많았다. 3부 능선에 조성했지만, 잡목을 제거하고 길을 내는데 현장을 답사하는 것은 필수.
봉화산 둘레길에서 만나는 편백나무 숲. ⓒ 순천시. |
담당자들은 수십 번 현장을 방문해 직접 둘레길 코스를 그렸다. 지도상의 등고선은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묘지가 나타나지 않아 탁상에서 노선을 그렸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 담당자들은 코스를 잡기 위해 연장(낫)을 들고 잡목을 쳐가면서 코스를 개발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우려됐던 부분이 산림훼손 여부.
김좌선 도시과 도시공원담당은 "우리도 이문제가 우려돼 나무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둘레길 폭을 두 사람이 나란히 얘기하며 걸을 수 있는 폭 2m로 제한했으며, 성목은 보존을 원칙으로 하고 잡목위주로 제거했다"면서 "이것도 숲 가꾸기 차원에서 어차피 잡목을 제거해야하는 하는 것으로, 일부 편백 등의 수종은 보식공사도 하고 있다"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했다.
▲봉화산 둘레길 명칭과 얘깃거리 숙제
봉화산의 또 하나의 문제는 얘깃거리를 만드는 문제. 순천시는 지난달 스토리텔링과 '둘레길'을 대체할 명칭공모에 나섰다.
4개구간에 어울리는 각 마을의 유래나 전설, 이야기 등을 공모해 '걷는 맛'을 내겠다는 것. 순천 본토박이라면 한 소절씩 거들 수 있는 사안으로 여러 의견이 접수된 상태로 이달 내에 공개할 예정에 있다.
'둘레길'이라는 명칭도 손 볼 계획이다. 여수시가 금오도 ‘비렁길’을 만들었듯이, 순천시도 '둘레길'을 대신할 새 이름을 찾고 있다. '봉화산'도 흔한 지명이지만, '둘레길'은 '지리산둘레길', '북한산둘레길', '금정산둘레길'처럼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봉화산 둘레길에서 만난 시민들. 이들은 "둘레길 중간중간에 의자를 놔뒀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 박대성 기자 |
'둘레길'은 형용사 또는 명사와 명사가 합쳐진 합성명사. '둘레길'은 요즘 유행하는 단어이기에 사전에 올라있지도 않다.
'둘레길'은 '둘레 + 길'의 합성어이므로 '둘렛길'로 발음하고 표기해야 하지만, 사이시옷(ㅅ)을 불편해하는 국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장맛비', '우윳값'처럼.
한 술 더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올레길'도 원칙은 '올렛길'로 해야 맞다는 것이다. '사이시옷' 법칙을 어기지 않고 '둘레길'을 표기하려면 한칸 띄어 '둘레 길'로 쓰거나 '둘렛길'로 표기하는 방법 밖에는 묘수가 없다.
다만, 순천시는 '순천윗장'을 '웃장'으로 표기한 전례도 참고하고 있다. 원래 표기법 대로라면 '아래'와 '위'는 서로 대립되는 단어로써 '윗니와 아랫니', '윗도리와 아랫도리', '손윗사람과 손아랫사람'처럼 '순천 윗시장과 아랫시장'으로 표기해야 옳다.
접두사 '웃'은 대립(맞섬)이 없는 경우 이를테면 '웃돈', '웃어른', '웃거름' 등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순천시는 사람들이 '웃시장'으로 부르고 있고, 고유명사(지명)라는 이유로 옛 북부시장을 '웃시장'으로 정해서 표기했다. 이 때문에 기존의 '둘레길'을 고수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순천시는 봉화산 둘레길 명칭공모에 접수된 우수사례를 간추려 교수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둘레길로 부를 것이진, 아니면 새 이름을 정할 것인지를 결론 낼 방침이다.
'둘레길'은 오랜기간 방치되다시피한 죽도봉(해발 100m)과 강남정(카페), 데크길을 이용한 동천에서의 접근성을 용이케 했다는 점에서도 유효한 시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순천시 도시과 김중곤 과장은 "봉화산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산으로, 둘레길을 만듦으로 인해서 봉화산과 동천, 순천만까지 생태축을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