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저수익시대의 본격 개막. 2013년을 견딘 금융그룹들이 2014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는 가운데, 은행업과 비은행업의 하모니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은행업에 더 이상 기대기 어렵다는 점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 역시 분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어떤 마지막 한계선을 확인한 것인지 일시적인 요인인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은행에 거의 전적으로 기대던 관행…더 이상 안 된다 경고
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우리·신한·KB·하나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연결기준 4조755억원선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은행업이 3조원선을 차지(평균 73.8%)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카드 부문의 순이익은 약 8600억원(20%선) 등에 불과한 것과 크게 대조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여파로 은행들이 크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금융업이 재편되고 우리금융지주 체제가 선을 보인지도 14년째에 접어들지만(2001년 우리금융지주 출범), 은행업 비중이 큰 명목상의 금융그룹 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 같은 가분수식 패턴은 '금융의 본래적 의미' 추구라는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의 본래적 의미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강조한 개념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포괄적인 재무 평가와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업은 같은 금융업종 중에서도 상당히 큰 리스크(위험) 관리 기능을 제공하도록 하는 공익적 부담을 지는 게 한국적 관행이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상황에서는 대손충담금 적립 비용 등의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구조를 여전히 갖고 가게 되면 금융지주사의 건전성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한-우리-하나-KB금융그룹 본사. ⓒ 프라임경제 |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3개사는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하는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 내 순이익의 은행 비중 변동 현황(단위: %, 2012년 3분기와 2013년 동기 대비)을 보면 KB금융지주가 85.5에서 64.6으로 변동된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는 67.5에서 64.9로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는 95.1에서 90.4로 떨어졌다. 우리금융지주는 82.1에서 93.6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문제는 2013년 4분기 실적 추정치를 함께 볼 때다. 여러 증권사의 추정 자료 등을 종합하면 4대 금융 중 우리금융만 전분기보다 1304억원(161.7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와 신한, 하나는 각각 전분기보다 23.44%와 40.62%, 38.03%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KB-신한 모두 65부근이 한계?
이런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다 싶게 크던 KB금융이 65%선 무렵까지, 신한도 비중이 소폭 하락해 65선 바로 밑으로 하락한 것이 주목된다. 둘 다 나란히 실적의 전분기 대비 감소 전망을 받고 있는 점을 함께 겹쳐 보면, 은행을 어느 선 이상 줄이면 역풍을 맞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면에서 은행업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관찰해 본 결과, 65선 무렵을 기록하면서 그룹의 전체적 수익이 저하되는 상황이 겹쳐 주목된다. 이는 비은행업 비중을 늘리는 자체에 연연하기 보다는 내실있는 M&A 등을 추진해야 그룹 전반이 휘청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사진은 9일 내실있는 M&A를 강조한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 신한금융그룹 |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는 두 지주의 은행이 겪은 '일회성 요인'이 크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 데 따른 일시적 상황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문제는 어느 쪽 해석에 따르든 간에, 은행의 수익성이 약화되는 저수익시대가 '뉴노멀'인 점은 분명하고 이런 와중에 은행업이 산업 전반을 견인하는 역할을 주문받는 한국적 상황에서 이번 추정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대규모 일회성 요인은 앞으로도 종종 나올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적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은행에 수익의 상당 부분을 기대는 경향(수익의 의존도)을 조절하려는 문제는 은행의 리스크를 꾸준히 안고 가면서 풀어야 할 '장기적' 과제라는 것이다.
◆도움 안 되는 M&A 안 하는 게 미덕?
그래서 비은행 비중을 늘리고자 M&A 카드를 활용하는 것에도 신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9일 비은행 M&A와 관련, 그룹 전반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 특히 ROE와 ROA 등 구체적인 지표 단위를 언급해 가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어설프게 몸집을 대형화하는 M&A로는 안 된다는 CEO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언제고 은행의 일시적인 부담까지 일부 나눠져 줄 수 있는 정도의 내실있는 우량아 입양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녹아든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한편 구조(프레임)와 상황이 약간 다른 KB쪽은 임영록 회장이 M&A에 대한 '열린 발언'을 하는 약간 색깔이 다른 태도를 보여 대비된다. 은행이 수익에 기대는 비율을 65선 이하로 훨씬 더 떨어뜨리고 싶다는 과제, 그런 한편 이를 무리하게 빨리 추진하다가 은행쪽의 일시적 요인 등이 겹쳐 함께 고생하지 않도록 내실이 받쳐주는 비은행 비중 늘리기(M&A)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겹친 셈이다.
이를 함께 푸는 쉽지 않은 시험이 금융그룹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회사 낱낱의 경쟁과 흥망성쇠에도 영향을 미칠 요인이지만 한국 금융이 소비자들을 위해 노력할 여력이 어느 정도 허락될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