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용카드사 고객정보가 또 다시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불안에 떠는 카드고객들의 원성이 극에 달했다. 이번에 유출된 고객 정보는 1억400만건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앞서, 지난 2011년 현대캐피탈과 삼성카드, 하나SK카드가 고객정보 유출로 처벌받은 지 2년 만에 1억건이 넘는 정보 유출 사고가 재발되고 말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KB국민·농협·롯데카드 등 3곳의 카드사는 협력사 파견직원 박모씨에 의해 1억400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유출된 고객정보에는 고객의 성명,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주소 등이 포함됐으며 신용카드 사용 등과 관련한 신용정보 일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량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며 고객들은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카드사 내부의 허술한 고객정보 관리 시스템이 원인인 만큼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코리아크레딧뷰(KCB)가 함께 관리하던 삼성·신한카드의 경우,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비켜나갔기 때문이다. 박모씨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서도 유사한 전산 작업을 했지만 빼돌린 고객정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카드사들은 조사결과가 발표된 8일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밝혀져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검찰 발표 후 급하게 카드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전체 금융사를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무단으로 정보를 유출하는 등 금융회사의 관리·운용상 취약점이 드러나면 임·직원 해임권고 등 중징계 한다는 내용도 강조됐다.
이러한 가운데 진행된 카드사들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도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카드업계의 대응은 부지불식간에 이뤄졌다.
8일 검찰의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오전부터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됐고, 카드사들은 검찰이 조사결과를 발표한지 두시간만에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카드사 대표들이 보여준 태도에 과연 '진심이 담겨있는지'도 의문이다. 카드업계는 기자회견 초반부터 KCB와 '입장이 다르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KCB 직원으로 인해 카드사들도 피해를 입었단 사실을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KCB,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은행 대표가 모두 모인 자리였지만, KCB와 카드업계 대표는 각각 따로 입장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생각지도 못한 대응'에 후폭풍만 거세질 전망이다.
사과문 발표 이후 질의응답에도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3개사 사장들은 사과문 낭독 이후 단 4개의 질문을 받은 뒤 질의응답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최종 검찰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한다', '아직 내용을 확실히 알지 못한다' 는 답변으로 정확한 대답을 피했다.
고객사과문을 신속히 발표한 것은 좋았지만, 내부적으로 사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질문을 피하기 급급한 CEO의 모습에 도대체 왜 사과 기자회견을 연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대국민 고객 사과문'을 발표하는 카드사의 태도에도 좀 더 진심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하다. 금융업에 있어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카드사들의 모습에서는 '말뿐인 재발방지', '고객피해 최소화'가 아닌 진심이 담긴 행동이 보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