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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식 '신한웨이' 2기 체제 밑그림 완성, 내용은?

신한사태·M&A 부담 털고 자신감 배가, 지배 가능성 주목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1.09 14: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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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한금융그룹이 외부의 무리한 부추김에 연연하지 않는 건전성이 확보된 미래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한 내부의 결속력을 해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직 임원이라도 겸허한 반성을 해야 한다는 강도높은 입장 표명도 나왔다.

9일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작은 금리 차이를 내세워 경쟁하던 과거의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나 '금융 본연'이라는 점으로 돌아가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신한이 그 동안 걸어온 실용과 내실의 '신한 웨이'가 옳다는 자부심에 뿌리를 내린 것인 동시에, '한동우 체제 2기'를 열게 된 가운데 경영 성과와 운영 방향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시대, '금융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경쟁할 것

한 회장은 저명 경제학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말을 소개해 '저금리시대'에 대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 회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포괄적인 재무 평가와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금융 본연'의 기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서 그간 우리 금융권이 이 같은 점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히고 신한이 이런 점에서 앞서나가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한 회장의 이 같은 구상은 신한이 뉴노멀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 타금융그룹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므로, 시장의 판도를 바꿔 이 같은 상황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울러 신한금융그룹이 내걸었던 '따뜻한 금융'이 정체되지 않고 계속 고객 만족을 위해 진화해 나간다는 점을 고객에게 인식시켜 나간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신한금융그룹이 2014년 저수익시대를 맞아 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점을 선언했다. 기자들을 만난 한동우 회장은 외형이나 외부의 요인보다 내실에 치중하겠다는 관점을 드러냈다. ⓒ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이 2014년 저수익시대를 맞아 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점을 선언했다. 기자들을 만난 한동우 회장은 외형이나 외부의 요인보다 내실에 치중하겠다는 관점을 드러냈다. ⓒ 신한금융그룹

신한사태와 M&A,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밀고간다

한 회장은 과거 신한금융그룹을 뒤흔들었던 일명 '신한사태'에 대해 관련자들의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신한사태는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의 횡령 등 혐의가 부각되고 이 문제가 그룹 수장의 후계구도 문제 등과 관련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일로, 신 전 사장은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받아 금융회사 임원 자격이 회복된 상황이다. 현재 신 전 사장은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회장이 이날 유감표명이나 재일교포 주주 등에 대한 신한사태 설명 등에 대해 소극적 견해를 밝힌 것이다. 한 회장은 유감표명이나 신 전 사장의 스톡옵션 행사 자격 회복 등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재일교포 주주 등에 대해 신한사태의 설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문제만을 갖고 설명을 할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오히려 한 회장은 관련자들의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고 신한사태의 화해와 용서가 우선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복직과 진상규명 등의 요구에 대해 과거지향적 해결보다 미래를 우선하는 처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한 회장이 집권 1기에 신한사태의 파장을 원만히 수습하고 회사를 정상적인 방향으로 잘 이끌어 왔다는 자평을 하고 있으며, 향후 처리의 방향 역시 자신의 구상과 원칙대로 처리할 뜻임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져 눈길을 끈다.

대형화 추진? 무리한 M&A는 안 해

또 금융사 M&A(인수·합병)에 대해서도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 회장은 M&A가 신한의 이익에 기여하느냐 문제를 전제로 따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손보사는 장래성이 있느냐 보면 기여하는 부분이 적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증권사 인수 문제에 관련해서도 자본금이 2조~3조원 되는데 연간 이익은 1000억원 안팎인 경우 굳이 인수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뜻도 내비쳤다.

이 같은 M&A 관련 발언은 해외진출 관련 기조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한 회장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의 진출'에 방점을 찍겠다고 말했다. 무리한 진출, 외형 위주의 진출보다는 실제로 잘 할 수 있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내실에 시선을 두겠다고 한 회장은 말했다.

연임 결정시 논란이 있었던 향후 후계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도 "현직 회장이 (연임을 제외하고서라면) 회장 선임에 관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계열사 전현직 CEO들이 우선 후계 대상에 포함되는 현재 골격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종합하면 무리가 걸리거나 외부에 떠밀린 일처리 대신, 실제로 내실있는 성장과 미래를 지향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처럼 신한금융그룹이 자신의 색깔대로 새로운 고객 만족의 페이지를 써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점은 2014년 금융그룹간 경쟁에서 신한이 무조건 안정지향적이라거나 진취적인 태도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나름의 색채를 보다 분명히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회장의 연임으로 이 같은 드라이브에 더 힘이 실릴 여건이라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진행해 온 여러 제도와 성과, 좁게는 '한동우 1기'의 결과를 통해 '우리가 옳다'는 자부심을 확보한 신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