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부터 차량 가격에 반영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단계별 이행 프로그램에 따른 개별소비세가 인하되면서 수입차 브랜드들의 가격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는 지난 1976년 정부에서 주로 사치성 물품으로 분류한 곳에 부과하던 '특별소비세법'을 2007년 12월에 개별소비세법으로 법명을 개정한 명칭이다. 부가가치세 단일세율 불합리성을 보완하고 사치성 물품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처음 제정된 시기가 1976년인 만큼 현실과 맞지 않게 현재 생활필수품인 △자동차 △냉장고△세탁기 등의 품목도 포함됐다.
이런 개별소비세가 올해부터 한·미 FTA에 따라 배기량 2000㏄ 이상 차량에 대해 7%(2013년 기준)에서 6%로 인하됐고, 오는 2015년에는 5%로까지 단계적으로 인하될 예정이다.
특히 개소세는 구입 후 납부하는 세금이 아닌 구입 가격에 포함된다. 이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차 가격에 비해서는 혜택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대략 1% 정도 인하 조정되는 셈이다. 아울러 국내 완성차들 역시 개소세 영향을 받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수입차들의 인하 폭이 큰 탓에 가격 경쟁력이 보다 높아졌다.
◆다수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 발 빠른 개소세 인하 적용
우선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은 한결같이 2000cc 초과 차종에 대해 판매 가격을 적게는 28만원에서 많게는 136만원까지 낮췄다.
혼다코리아는 새해를 맞아 실시하는 '뉴 이어 프로모션'을 통해 크로스투어를 약 700만원 가량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2000cc 초과 차종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은 별도로 적용을 하지 않았다. Ⓒ 혼다코리아 |
현대차 그랜저 2.4 모던은 이전보다 36만원 인하된 2976만원이며, 에쿠스 5.0 프레스티지 모델은 134만원이 내려간 1억1126만원으로 조정됐다. 브랜드 대표 SUV 차량인 싼타페 2.2 모던(3016만원)도 36만원 가량 저렴해졌다.
또 쌍용차 역시 2000cc 초과 승용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라 '체어맨 H' 및 '체어맨 W' 차량 가격이 차급에 따라 각각 42만~56만원, 67만~136만원 인하했다.
이와 함께 BMW나 벤츠 등 수입차 자동차 브랜드들도 대체로 개별소비세 영향으로 2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가격 인하폭이 결정됐다.
평균 0.7%가량 판매 가격이 하향 조정된 BMW코리아는 지난 1일부터 △3시리즈 △5시리즈 △GT시리즈 △6시리즈 △7시리즈 △Z4 등 6개 세그먼트 총 33개 모델 가격을 60만원에서 최대 150만원까지 인하 조정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벤츠도 평균 0.4%의 가격 인하를 결정. C220 CDI 모델의 경우 4790만원(20만원 인하)이고 SLS AMG 카본 패키지 모델은 가격이 200만원 내려 2억8260만원에 판매된다.
토요타 역시 20만원 인하된 캠리 2.5(3350만원)에서부터 50만원 내려간 아발론(4890만원)까지 가격을 조정했다. 렉서스 LS 600hL 이그제큐티브 4인승(1억810만원)도 인하폭이 큰 130만원가량이 하락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평균 0.7%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판매가격을 최소 4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랜드로버 160만원)까지 낮췄다.
◆'프로모션'에 그친 혼다와 '역발상' 폭스바겐
이처럼 대다수 브랜드들이 개소세 인하에 따른 판매가격을 하향 조정했지만, 몇몇 브랜드들은 일부 모델만을 조정하거나 2000cc 미만 차량 가격을 인상시키는 꼼수를 부리면서 업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폭스바겐은 2000cc 초과 차종인 '파사트'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2000cc미만 모델 가격을 인상시켜 상대적으로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제공할 계획이다. Ⓒ 폭스바겐 코리아 |
혼다코리아는 개소세 인하에 따른 가격 조정은 어코드 차량에만 적용했다(2.4 모델 20만원·3.5 모델 30만원). 물론 새해를 맞아 실시한 '뉴 이어 프로모션'에 의해 △크로스투어(700만원) △시빅 하이브리드(600만원) △오딧세이(200만원) 모델들이 할인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프로모션일 뿐, 개소세 인하에 따른 가격 조정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혼다 관계자는 "개별소비세에 따른 인하 혜택은 어코드 외에는 결정된 사항이 없으며, 향후 출시될 모델부터 적용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폭스바겐은 2000cc 초과 모델 가격을 동결시키는 대신 2000cc 미만 차 값을 올릴 계획이다. 관계자에 의하면, 그 동안 판매마진이 낮았던 부분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전체 모델 가격을 인상시키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폭스바겐이 연이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니까 값을 올리는 낡은 '꼼수'를 펴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은 독일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착한 가격'으로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면서 수입차 브랜드 연간판매 2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때문에 가격을 올려도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냐'고 꼬집고 있다.
또 가격 인상 시점도 좋지 않았다는 분위기다.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고가 사치품'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 '개소세 인하'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배짱 영업"이라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는 한·유럽연합(EU) FTA에 따라 1500㏄ 이상 유럽차에 대한 관세가 모두 폐지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개소세 인하 적용 여부도 각기 달랐던 자동차 시장에 유럽차 관세 폐지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