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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심화속 네티즌 중심 세력화 부상

되돌아 본 2005년... 사회 분야

홍세정 기자 기자  2005.12.20 19: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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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e사상계] 2005년은 그 어느  분야 해보다 사회의 양극화 문제 심화, 네티즌의 사회중심 권력화 부상, 진보 대 보수 간의 대결구도가 극심한 해였다.

특히 ‘20대 80’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대기업의 비정규직 양산, 빈곤과 학력의 대물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 등은 가시적인 사회 문제로서 수면위로 떠올라 대책마련이 시급해졌다.

   
또 소위 ‘개똥녀 사건’과 ‘MBC 사태’의 중심세력이 됐던 네티즌의 파워는 새로운 ‘e-시민사회’ 형성과 위력의 토대를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강정구 교수의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발언논쟁과 사학법 통과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의 중심에 ‘진보 대 보수 대결’ 이라는 색깔논쟁은 우리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분열과 갈등은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갈등과 분열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 한 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사회문제의 핵심 사항을 짚어보고 해결점을 모색해 본다.

 비정규직 양산, 쌀협상 비준안 통과 사회적 양극화 심화

사회적 양극화의 대표적 사례로는 비정규직 법안 문제를 들 수 있다. 비정규직 법안은 국회에서 아직 처리되지 않고, 빈곤과 학력의 대물림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빈부격차 강화, 위화감 조성, 계층 간의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51%에 지나지 않는 임금격차, 노동 강도, 인식의 차별은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자살로 내몰리게 했다. 올해는 비정규직이 56%에 달해 정규직을 능가했고 이들의 시위는 더욱 격화됐다.

국회 앞에는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한 노동을 했음에도 동일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것을 비롯해 회사 내 인간적 차별 등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비정규직법안 통과’를 외치는 이들이 추위에도 불구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입법에 대한 절충 시도는 정부와 노조간에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쌀 시장 개방문제도 도시와 농촌간의 양극화를 더욱 촉발시키는 문제 중 하나다.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이 5개월을 끌어오다 지난 달 11월 23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당장 농촌경제에 줄 치명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쌀시장 완전개방을 10년 더 미루는 대신 2005년부터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 그 동안 가공용으로만 쓰였던 외국쌀이 일반 소비자 시판용으로도 시중에 유통하게 돼 쌀값 하락은 물론 국내산 쌀과의 경쟁이 불가피해 지는 것이다. 10가구 중 6가구가 쌀농사에 의존하는 농촌으로서는 더욱 타격이 클 전망이다.

이에 대한 농민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농민들은 식량주권을 내세우며 정부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100조원 이상을 농촌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농민들은 당장 생계를 잇기가 어렵고 전망도 불투명한 실정이라며 자살하는 이들도 속출, 불만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다.

노무현 대통령은 “양극화 문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 파워 새로운 시민사회 중심축 형성 여론주도

MBC에서는 여러 파문이 있었다. 올 초 명품핸드백 사건을 비롯해 성기노출사건으로 가요프로그램 중단 등의 사태가 속출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 10월 황우석 교수의 강요로 줄기세포 사진을 2개에서 11개로 부풀렸다는 김선종 연구원의 발언을 보도한 PD수첩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황우석 의혹이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전까지 국익을 무시하며 ‘황우석 죽이기’를 시도했다고 시작된 분노한 네티즌들의 공격은 MBC를 최악상황으로까지 몰고 갔다.

한편에는 ‘국익에 가린 진실’ 이라며 PD수첩 살리기를 주장하고 있는 이들이 대립 각을 세우며 황우석 논란의 주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자기의 애완견이 흘린 ‘개똥’을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터넷에 올라 순식간에 개똥녀라는 별칭으로 전락해 버린 ‘개똥녀 사건’은 올 한해 네티즌 문화를 대변하는 주된 이슈 중 하나가 됐다.

지하철에 앉아 개를 안고 있는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싸이홈피, 블로그 등의 개인 미디어에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전국 네티즌들의 원성을 들었다.

그녀의 학교, 이름은 순식간에 날카로운 네티즌들의 추리를 통해 밝혀졌고, 동시에 그녀의 사진 밑에는 수 천 개의 악플이 달렸다. 한국사회의 독특한 네티즌 문화는 곧 외국 언론에도 소개되는 기이한 사례를 남겼다.

이는 곧 마녀사냥으로 비화되며 극점에 다다른 채 인터넷 실명제 논의를 수면위로 부상, 올바른 네티즌 문화를 부각시키는 주요인이 됐다.

이러한 현상들은 모두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네티즌의 거센 입김의 강도를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맥아더 동상 철거, 사학법 통과로 색깔논쟁 심화

색깔논쟁 또한 가속화 됐다. 강정구 교수의 “6.25전쟁은 통일전쟁” 발언을 계기로 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논란이 그 시발점이 됐다.

우리나라 내부의 역사해석을 놓고 진보와 보수공방이 치열해진 탓이다.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맥아더 장군이 북한의 6.25 남침을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반전시킨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동상철거를 주장하는 측은 38선 분단을 주도해서 많은 양민을 학살한 주역이 맥아더 장군이라는 것이다. 또 맥아더는 6.25 전쟁 기간에 중국과의 국경지역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자고 한 사실도 동상철거의 불씨를 점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정구 교수에 대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불구속 수사권 지휘 발동은 검찰 존립 자체에 대한 갈등을 빚으며 이에 반발, 급기야 김종빈 검찰총장이 옷을 벗는 사태로까지 치달았다.

사학법 개정안 통과의 후폭풍도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 가운데 역시 색깔논쟁으로 비화됐다.

임시국회 공전, 장외투쟁을 불사하며 전면전에 나선 한나라당이 전교조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내세운 것이 전교조의 ‘친북, 반미 노선’이다.

전교조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며 거리로 나선 이들은 정치권 이외에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도 있었다.

색깔논쟁은 지금 전교조와 정부 여당, 종교계와 야당이 갈려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황 교수 추락하는 모습 정신적 공황 방불

서울대 서이종 교수(사회학과)는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난 5월 황우석 신드롬으로 한 컷 부풀었던 희망과 자부심이 12월 들어 갑자기 허탈과 분노로 바뀌는 바람에 국민들에게는 정신적 공황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은 하루아침에 영웅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적인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올해 “개혁세력들이 자기모순과 과잉이념에 빠지고 말았다” 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개혁을 외치면서도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고 구체적 성과물도 내지 못했다” 며 “이는 오히려 개혁의 부작용과 역효과만 유발시키고 말았다” 고 밝혔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개혁세력이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다보니, 외침이나 구호만 난무했지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구체적인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는 실패,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며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국민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 교수는 “국민들이 개혁을 외치는 데 피로감을 느꼈던 지난 5월 황우석 교수가 국민들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고 국민들의 희망이자 국민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었다” 며 “이러한 국민들에게 지금 황 교수문제는 실망을 안겨주고 배신감을 줬으며 상처를 남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는 과거 독재체재의 구태를 용납하지 않는 민주화 세력들과 언론들이 중심이 돼서 구태를 파헤치다보니 드러난 것” 이라며 '민주화 세력이 함께 뭉쳐 사회진실을 파헤친다는 것'에 나름대로 의의를 두었다.

그는 “진보나 보수 세력은 어느 시대에나 있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소위 개혁세력들이 치밀한 준비를 갖고 치밀한 전략아래 이런 정책들을 추진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끌만한 중심세력 구축을 하지 못해 보수세력에 빌미만 제공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고 실패원인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