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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역 분신, 열사 칭호 타당한가?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1.03 17: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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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3년 마지막 날 비보가 날아들었다.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시위를 하던 40대 남성 이모씨가 분신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다. 분신 이유에 대해 언론은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놨다.

먼저 이씨가 분신 전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고가에 걸어두고, 수첩에 박근혜 사퇴와 특검실시를 요구하는 메모를 남긴 것과 관련 '정부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고인이 편의점에서 관리매니저로 일했고, 채무가 있었다는 사실 등을 들어 '생활고'에 따른 자살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망자는 말이 없다. 두 가지 가설 중 무엇이 맞는지 단정 짓지 못하겠다. 어찌 보면 이 둘 모두가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소중한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하지만 이씨 사망 이후 그의 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인터넷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참여연대, 국정원 시국회의 등 시민단체로 꾸려진 '민주투사 고(故) 이남종 열사 시민 장례위원회(이하 시민장례위)'는 사망한 이씨를 '열사'라고 칭하는 이유에서다. 시민장례위는 △이씨가 현 정부에 대한 항거로 분신을 선택했다 △유서에는 생활고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없다 △유서 7장의 내용 중 2장이 대자보 형식의 글이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씨를 '열사'라고 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열사'란 무엇인가. 나라를 위해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해 싸운 사람이라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분신한 이씨를 민주화 열사라고 부르려면 최소한 과거 이씨의 지난 행적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게 순서 아닐까. 과거 이씨의 행적이 '민주화 행적'이었는지 판가름해야 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또 거주지와 생활지가 광주인 이씨가 왜 서울에 올라와 분신이라는 극한 방법을 택해 자살을 했는지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서는 누가 언제 작성했는지, 필요하다면 필적감정과 정신과 전문의의 분석도 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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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시민장례위는 이씨의 장례를 4일간의 시민사회장으로 치르고, 유해를 광주 북구 망월동 5·18구묘역에 안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씨를 민주열사로 볼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5·18구묘역 안장 계획은 너무 섣부른 선택이 아닌가 싶다. 한 사람의 죽음을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에 반대하고 분신하면 전부 민주열사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