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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의 '세계 일류화' 이제 시작

나원재 기자 기자  2014.01.03 15: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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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갑오년, 삼성이 내딛은 첫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2일 삼성 신년하례식에서 이건희 회장은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며 강력한 오너드라이브를 예고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이날 자리에서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내야 하며 시장과 기술의 한계도 돌파해야 한다는 역설이다.

이 때문인지 "삼성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 사업도 있지만, 제자리걸음인 사업도 있다"는 이 회장의 발언에 묘한 여운을 남는다.

"선두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 회장은 5년 전, 10년 전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삼성의 신수종사업을 재조명해야 하는 대목이다. 그룹은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사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를 꼽으며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사업 매출 50조원과 고용창출 4만5000명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은 2020년까지 △태양전지에 누적투자 6조원 △자동차용 전지 5조4000억원 △LED 8조6000억원 △바이오제약 2조1000억원 △의료기기 1조2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바이오사업에 6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도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기업이 머뭇거릴 때 과감히 투자해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경제에도 보탬이 돼야 한다"는 당시 이 회장의 당부에도, 현재 삼성의 신수종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되는 분위기다.

종합 의료기기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에 잇단 인수합병을 꾀했지만, 컴퓨터단층촬영기(CT)와 자기공명영상기(MRI) 등 고부가가치 의료기기에 대한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LED사업의 신수종사업화도 어느 정도 진척된 게 사실이지만, 진행경과나 성과 및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에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용 전지도 잇단 수주에 상승기류가 예상됐지만, 후발주자로 시장에 안착하려면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며, 바이오제약 분야도 가시적 성과에 대한 공론화를 이루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듯하다.

태양전지 부문 역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이 사업 자체만을 놓고 매출 증대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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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각종 규제와 3세경영의 경영능력 검증이란 외부시선도 여전히 부담스러울 것으로 사료된다.

이 회장의 말마따나 삼성은 불황기일수록 그만큼의 기회 또한 여전히 많다.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삼성의 세계 일류화는 어찌 보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