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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청 분신 40대, 적나라한 '뇌물문건' 의문점

박대성 기자 기자  2014.01.02 17: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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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 순천시의 민원처리 결과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신자살한 서모씨(43)가 남긴 A4용지 5장 분량의 '뇌물문건'이 지역사회에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이 문건이 일부에 유포되면서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뇌물장부'로, 또는 '청탁문건'으로 해석하는 등 갖가지 속설을 낳고 있다.

서씨가 자살을 결행하기 하루 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뇌물문건'은 주유소를 허가받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지방 관가와 지인, 기자까지 동원해 강온양면 정책을 시도한 정황이 문건에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다.

서씨가 남긴 A4용지 5장 분량의 '뇌물문건'은 친필로 써내려간 12장 분량의 유서와는 달리 컴퓨터 한글프로그램을 통해 글자포인트 '10'으로 빼곡히 시차별로 적시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때문에 항간에는 '작문'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대필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그 개연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문건의 핵심은 지난 2011년 7월 초·중순께 주유소 허가 문제를 다룬 도시계획위원회에 4000만원을 제공했다고 적시한 부분이다. 이 내용이 '손바닥 만한' 지역사회에 소문나면서 벌써부터 몇몇 시의원들이 얼마씩 챙겼다는 미확인 소문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런 소문이 나는데는, 금품로비의 과녁인 도시계획위원회 개발분과위원에 모 시의원이 명단에 포함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의원은 "금품수수가 사실이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또 다른 의원은 "도시계획위원(정원 20명)이기는 하지만, 개발분과위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선거를 앞둔 불순한 의도"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이들은 한술 더떠 "하루빨리 수사해달라"며 전남경찰청에 서한문도 보냈다.

거슬러올라 2011년 당시 순천시 도시계획개발분과위원은 총 7명이며 순천시 국장 2명, 시의원 1명, 지역 전문대학 교수 2명, 건축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서씨는 이들에게 4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서씨가 이들에게 직접 건넨게 아니라, 지인 차모씨(41)를 통해 로비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서씨는 이미 숨진 상태여서 광범위한 정보수집을 통한 수사여야만 진실이 밝혀질 전망이다.

오랜 수사경력의 한 경찰은 "문건에는 4000만원을 건넸다가 주유소가 불허되자 3500만원을 되돌려받은 것으로 기록한 점으로 미뤄 정말로 건네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간 심부름꾼 차씨가 곧이곧대로 전달했다고 믿을만한 정황이 없다"고 말했다.

괴소문에 시달리고 있다는 모 시의원은 지난달 27일 해명 기자회견장에서 "경찰이 차씨를 불러 조사하면 간단하게 끝날 일"이라며 엄정수사를 촉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24명의 시의원 가운데 의심을 받는 곳은 '도시계획위원회'라는 소위원회인데도 시의회 전체를 팔아 기자회견을 자청한 점도 이상하다는 시각이 있다. 항간에는 "최소 5장(5000만원)"을 요구했다가, 4000만원으로 로비금액을 조정했던 시의원은 따로 있다는 말도 들린다.
 
주유소가 불허되는 등 청탁로비가 불발되자 3000만원과 500만원은 잇따라 회수됐지만, 나머지 500만원은 끝내 회수되지 않았다. 문건에는 돈 심부름을 했다는 차씨가 "의원들은 돌려주는데, 교수들은 돌려주지 않는다"고 돈주인 서씨에게 실토한 대목도 나온다.

의문스런 점은 또 있다. 숨진 서씨가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4000만원은 애초에 기꺼이 제공키로 했던 1억원의 일부라는 점이다. 서씨는 지인 차씨에게 4000만원을 우선 제공하고, 추후 6000만원을 보태 1억원을 줄 심사였다. 여러차례 유소에서 충전소, 농산물판매장, 농가주택 등으로 바꿔서도 불허되자 서씨는 모 언론사 기자의 주선으로 한 도시계획위원을 만났다는 대목도 있다.

지난 2011년 4.11 보궐선거에 당선된 조충훈 시장과 민원부서의 고압적인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 시장은 민원인의 면담신청 때마다 그를 달래는데만 급급했다는 후문이다. 반대로 담당 민원부서는 숨진 서씨를 '악성 민원인'으로 규정하고 면담을 거부하는가 하면 인간적인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막말을 한 것도 민원부서로서의 자질이 의심가는 대목이다.
 
더구나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난 사안을 갖고 민원부서가 180도 방향을 틀어 '불허' 처분한 것은 '괘씸죄'가 아니고서는 흔치않은 행정행위로 보는 시각이 엄존한다.

민원인이 시청 민원실 입구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숨진 것도 '해외토픽' 감이지만, 시청 앞에서 휘발유를 끼얹고 청사로 진입할 때까지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은 것도 불상사를 예방하는 방호행정과도 동떨어진다는 따가운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순천시의 경우 민원부서를 거쳐야만 국장(서기관)으로 승진하는 관례가 있다는 점에서 1층(민원실)을 거쳐간 인물 중에서 과연 낙점을 받을 만한 인물이 있느냐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한편, 이번 일로 순천시 인사의 틀이 뒤틀려졌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3일로 예정된 순천시 정기인사가 순천시의 향후 시정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