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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배우자 몫 '껑충' 추진…부부중심주의 반영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1.02 16: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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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배우자에게 우선 떼어주고, 나머지 부분을 다시 배우자와 자녀가 나눠 갖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법무부 산하 '민법 상속편 개정특별분과위원회'는 민법 상속편 조항을 개정하는 안을 법무부에 건의하기로 했는데요.

어떻게 달라지나? 배우자 몫, 2006년 시안보다 더 늘어나
 
현행 민법 상속편에서는 배우자가 자녀보다 50%를 더 받도록만 선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망한 남편의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다면 상속분은 1.5:1:1로, 배우자가 약간 지분을 크게 배분받도록 하고 있습니다(자녀가 없이 시부모만 둘 다 생존 중이라면 배우자의 상속분은 같습니다).

그런데 개정위의 의견대로 상속편이 수정되면 배우자가 갖는 재산이 크게 늘어납니다. 무조건 반 이상을 챙겨주는 것이 됩니다. 즉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남긴 재산의 50%를 남은 배우자에게 먼저 배분하고 나머지는 기존 방식대로 나누는 방향으로 조정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의 배당에 참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법무부는 2006년에도 '피상속인 배우자의 상속분을 상속재산의 5할로 한다'는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반을 배우자에게 주고 나머지는 상속인들이 나눠 갖도록 하는 것이었지요.

이때 검토되던 시안보다 한층 더 강화된 아이디어가 등장한 건 바로 사회 여건의 변화를 탄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식이 부모 봉양하던 시대 끝났다 공식 선언? 부부 중심시대 이행

2006년 법무부의 개정안은 배우자 상속 강화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자녀가 1명인 경우에 계산을 해 보자니, 배우자가 가질 수 있는 상속재산이 종전 3/5에서 1/2로 줄게 되는 등 배우자 상속의 강화를 도모한다는 개정 취지에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더욱이 반대하는 쪽에서 자녀가 (사별 후 남은) 부모를 봉양하는 전통상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고, 여기에 황혼 이혼과 사별 후 재혼 등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왜 재혼한 배우자에게 몫을 크게 주도록 하는가 등 여러 현실적 반대가 있었습니다.

맨 마지막에 언급된 문제의 경우 '드러내 놓고 언급하긴 치사해도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가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즉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혹은 아버지)의 수고로 모은 재산을 왜 새어머니(혹은 새아버지)와 나눠야 하는가의 문제가 깔려 있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이 상속에 참여하는 자체도 용인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컸기 때문에, 더군다나 '반은 보장'으로 공식화하는 것이 환영받기 어려웠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재혼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 아예 계약을 하고(상속 관련 내용을 못 박고) 시작하는 게 낯설지 않게 된 데다, 노령화사회가 본격화되면서 노후를 자식이 책임지지 못하는 시대 조류상 배우자의 앞날을 더 많이 생각해 줘야 한다는 주문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즉 부부와 자녀라는 가문 공동체 개념보다는, 부부 중심으로 가족의 그림 자체가 변하고 부부의 행복부터 우선 생각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에 2006년 시안 추진 당시보다 오히려 변화 추진은 더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풀이가 뒤따릅니다.

이제 자녀의 부양 혹은 부모의 봉양 추세가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학비나 결혼자금, 노후자금 등을 무조건 모두 지원하던 것에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시대, 그리고 꼭 해 줘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배우자가 죽은 마당에 당연히 자식(이나 부모)의 몫을 떼어줄 걸 생각하기보다는 남은 배우자에게 몰아주고 "알아서 앞날을 생각하게 하자"는 소리가 나온 것이지요.

생각해 보면 1997년 외환위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겪으면서 풍속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자기 좋아서 결혼하고 사는 문제, 자기 노후를 생각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습니다.

결국 가족의 틀이 핵가족에서도 더 작아지는 현실은 이미 닥쳤고, 가족의 노화와 소멸에 관한 제도에까지 현실적 변화를 요청하고 있는 걸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 배우자의 몫 크기 변화는 그에 응답하는 마지막 화룡점정이라고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합리성을 추구하고 철학적 논쟁을 한 산물이 아니라, 경제가 어려워져 모든 게 바뀌어 확 버린 상황에 불거진 현실타협형 제도라는 점에선 뭔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