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랑하는 천만시민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우리 서울시 가족 여러분!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말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날렵하다는 청마의 해, 여러분 모두에게 청마처럼 진취적이고, 성장하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2014년은 민주주의 꽃인 지방자치제가 새로운 도약을 맞는 뜻 깊은 해입니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후 어느덧 23년, 이제 우리는 재정과 자치사무 모두 20%에 불과한 2할짜리 지자체가 아니라 시민의 삶과 직접 소통하고, 시민의 삶을 직접 책임지는 '진정한 지방자치제'의 꽃을 피워야 합니다.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충돌도 더 이상 묵과할 수 만은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소통과 이해, 대화와 협력으로 상생의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민선 5기 서울시는 도시의 주인을 사람으로, 서울의 주인을 시민으로 '거대한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먼저, 약속대로 복지예산을 32%까지 확대했고, 임대주택 8만호 공약도 92%까지 달성하여 시민의 기댈 언덕이 됐습니다. 동시에 지난해 연말까지 3조원이 넘는 채무도 줄였습니다.
제가 취임 전까지 해마다 서울시의 빚이 늘어났고, 전국적으로도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 빚이 불어나는데, 서울시는 반대로 채무가 줄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성과입니다. 부채 감축과 임대주택 8만호 공급을 동시에 이루는 것은 그 누구라도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우리 서울시 가족 여러분들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모두 여러분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반값등록금, 친환경무상급식,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서울시민복지기준선 등으로 민생을 편안하게, 시민의 삶을 바꿨습니다. 세금 먹는 하마였던 9호선 민자 사업, 수많은 서민들의 삶을 뿌리채 흔들었던 뉴타운의 정리, 4년째 방치되어 있던 은평 뉴타운 미분양 아파트,세빛둥둥섬, 동대문 DDP 등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서울의 난제들을 해결했습니다.
마을 공동체, 공유도시, 범죄예방 디자인, 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으로 서울을 사람 중심의 도시로 혁신했습니다. 건설만 있지, 건축은 없었던 서울에 서울도시100년선언, 발주제도 개혁, 공공건축가 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서울의 미래 100년의 설계도를 그렸습니다. 2년여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변화, 거대한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행정의 패러다임을 뿌리부터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시대를 통해, 시민과 불통하는 행정이 시민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시민들로부터 괴리된 정치가 얼마나 깊은 갈등과 충돌을 낳는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성취도 중요하지만, 먼저 행정의 올바른 절차와 과정을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통, 참여, 거버넌스의 세 가지 길을 통해 '시민이 시장인 서울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청책, 숙의, 시민발언대, 명예부시장, 현장시장실, 시민청 그리고 온라인의 소셜미디어센터와 주민참여예산제까지….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협력하는 행정으로 혁신했습니다. 덕분에 아주 기분 좋은 편지도 한통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앞에 위험하게 방치돼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보고 소셜미디어센터에 제보를 했더니, 바로 철거됐다며 "나 지금 좀 감동받고 있다. 우와 ~ 내 의견이 세상을 움직일 수도 있다!" 이렇게 서울시를 칭찬해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민이 시장입니다' '시민이 시정의 주인이 된 것' 이지요. 서울은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통보나 형식적인 절차 대신에 쌍방향적인 소통과 협업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결과 갈등은 줄어들고 정책의 실효성이 강화되었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바닥에서의 변화는 도도한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2014년, 안타깝게도 우리 서울시의 삶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내수 경기침체와 전세값 상승, 골목상권의 붕괴 등으로 우리 서민들의 삶엔 깊은 한숨이 예고돼 있습니다. 사회적 불통이 불신을 낳고, 불신이 불평등과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차디찬 시대의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서울시는 어떻게 해야 우리 시민들에게 따뜻한 삶, 위로가 되는 행정을 선사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로 더 나아갈 수 있을까요? 보다 더 시민의 삶에 온기가 되어드리기 위해서는 더 큰 공감이 필요합니다. 보다 더 시민이 주인인 도시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2014년, 서울시가 전력을 다 할 핵심시정으로 다시 '소통'을 이야기합니다. 소셜미디어 센터의 민원 응답율 100% 달성에서 보았듯이, 서울시는 시민과 소통하고, 행정으로 응답하겠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의 소통과 참여를 위해 행정정보와 공공데이터, 빅데이터를 먼저 공개하고, 공유하겠습니다. 시민 없는 정책이 잘 될 리가 없습니다.
서울시민 90%이상이 좋아하셨던 심야버스처럼, 시민 참여로 정책 만족도를 높이겠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민맞춤형 정책을 더 개발하겠습니다. 소통과 참여를 통해 행정의 공정성도 높이겠습니다. 그동안 비리와 불공정의 온상이었던 계약 시스템을 혁신, 계약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올해 223개 사업, 503 억원의 예산의 쓰임을 결정하는 주민참여예산제는 심사 과정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겠습니다. 시민 천명의 거버넌스를 통해 '시민복지기준선' 만들었듯이, 협력과 협치의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줄여나가겠습니다. 상생과 통합의 시정을 펼쳐나가겠습니다.
지난 연말, 우리는 소통을 통해 또 한 번의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서울지하철 노조의 파업이 임박했을 때, 저는 한겨울 시민들의 불편을 생각하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17번이나 이어진 길고 긴 협상을 계속하며, 어렵게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와 지하철 노사 간에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은 신뢰의 공든 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취임 초, 오랜 세월동안 현장을 떠났던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고, 노사 간의 상생을 위해 설치된 서울모델협의회를 활성화시켰습니다. 노동보좌관과 노동정책과를 신설하고, 노사 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협력적 모델을 만들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제 임기동안, 시민의 발인 버스와 지하철 모두 단 한번도 멈추지 않은 '무분규 도시 서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소통을 통해 쌓은 신뢰는,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인프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소통과 참여, 거버넌스는 과정일 뿐이라고, 좋은 것은 알겠지만, 밥이 되고, 돈이 되고, 일자리가 되지는 않는다고, 당장 삶의 벼랑 끝에 놓인 민생을 살리는 복지나 경제는 되지 못 한다고 지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최근 경제 강국이자 복지국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독일에서 8번째로 큰 도르트문트시는 1990년대 말 대형 철강회사인 '티센크루프'가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도시가 몰락 위기에 처했습니다.
직원 3만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고, 도시는 시민들의 시위로 마비됐습니다. 고심 끝에 도르트문트시는 시장 직속으로 시민 소통 기구를 만들어, 일주일에 한번씩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도르트문트시는 일자리 7만개를 만들었고, IT, 나노, 물류, 전기차, 바이오 산업 등 첨단 산업의 중심 도시로 우뚝 섰습니다. 소통이 경제를 살리고, 도시를 회생시키는 기적을 만든 것입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통과 참여, 민관 협력을 통한 거버넌스가 서울시의 예산을 절감시킨, 소통의 경제적 효율성도 높습니다. 수많은 소통과 협의 끝에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을 혁신하고, '시민펀드'라는 새로운 모델로 시민들이 함께 참여 한 결과, 최고 3조 2천억원의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부모님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국공립어린이집도, 민간 건설회사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기로 합의, 약 2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습니다. 2004년 서울시 지하철 파업으로 하루에 약 3억의 경제적 손실이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민선 5기 동안 적어도 이런 파업은 없었으니 그만큼 경제적 가치가 있는 셈이지요. 이 정도면 소통이 곧 복지고, 경제라고 이야기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독일. 그 중에서도 대연정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메르켈 총리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메르켈 총리는 '친구는 가깝게, 적은 더 가깝게'라는 철학 속에서 진보와 보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청년과 어르신 등 국민 모두와 소통하고 국민의 마음을 보듬어 안았습니다.
통일 이후,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의 시간을 겪었던 독일국민들에게 메르켈은 뮤티 – 독일의 어머니로 불리며 신뢰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시민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보듬어 안는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겠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고 시민의 내일을 든든하게 하는 서울시의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새해 새 아침 첫 걸음으로 시민의 민생을 챙기겠습니다. 서울 하늘 아래 밥 굶는 사람 없고, 냉방에서 자는 사람 없는, 어머니 품 같은 따뜻한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
민선 5기를 마무리하는 올해, 제게 어떤 시장으로 남고 싶은지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저는 이미 여러차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장'이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약속대로 화려한 도시의 외관이나 전시성 사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저에게는 야심찬 꿈이 있습니다. 뉴욕, 파리, 도쿄 등 선진도시의 시장들이 서울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명품 도시를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그 꿈은 시민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셨습니다.
250명의 시민과 전문가들이 서울의 미래를 '소통과 배려가 있는 행복한 시민도시'로 그려주셨습니다. 세계 어느 도시보다 공동주택이 많고 과밀한 도시 서울에서, 소통과 배려는 서울이 직면한 문제 해결의 열쇠입니다.
소셜미디어센터를 비롯해 빅데이터 행정, 위키행정, 공유도시, 마을 공동체 등 이미 소통을 기반으로 한 서울의 문제해결 방법은 새로운 행정의 기준이 되어, 중앙 정부로,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외국도시까지 시민소통과 참여에 기반한 '원전하나 줄이기사업', 사회혁신파크와 사회혁신정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서울효과입니다.
모리재단의 세계 도시경쟁력 연속 2년 6위 평가, UN공공행정 대상을 포함한 4개부문 수상, 비즈니스 트레블러에 의한 ‘회의하기좋은도시’ 연속 2년 1위 선정 등은 이제 서울이 글로벌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 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서울효과는 나비효과가 되어 전국으로, 전세계로 파동쳐 갈 것입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의 삶의 질, 도시정체성, 균형발전, 도시경쟁력,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현재 세계 6위권에 머물고 있는 글로벌파워도시지수(GPCI)를 세계 3위권으로 성장시켜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이 지표들조차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외형상의 실적주의를 버리고 내실에 기반한 실질을 숭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추상적인 슬로건을 버리고 구체적이고 섬세한 정책을 중시할 것입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원칙과 상식을 지킬 것입니다. 한치의 소홀함도 들뜸도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시민과 함께 할 것입니다.
옛말에 '방민지구 심어방천(防民之口 甚於防川)'이라고 했습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강물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이 경구의 의미를 오늘의 우리는 깊이 새겨봐야 합니다.
2014년 저의 새해 화두는 '이통안민(以通安民)', 즉 "소통으로 시민을 편안하게 한다"를 시정의 뿌리로 삼을 것입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시민과의 소통이 굳건한 뿌리가 된다면, 앞으로 서울시는 어떤 정책 어떤 행정이 펼쳐지더라도 결코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2014년은 서울특별시가 '소통특별시'가 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2014년은 시민을 말 등에 태워 소통으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시민여러분, 그리고 서울시 가족여러분! 2년 전, 제가 취임하면서 일성으로 던졌던 그 말, "시민이 시장입니다"는 애초 소통이 없이는 불가능한 비전이었습니다. 시민운동가였던 제가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면서 천만 서울시민에게 했던 약속, 그 첫 마음을 끝까지 간직할 것입니다. 다시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각오로 2014년을 열겠습니다.
시장으로 당선되며 가졌던 그 첫 마음을 되새기며, 첫 출근할 때 심기일전했던 그 각오로 2014년을 열겠습니다. 반드시 여러분을 모시고,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온 청마의 해입니다. 모두 청마를 타고 일사천리로 달리겠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시대, 저는 그 청마를 이끌어가는 마부가 되겠습니다.
우리 서울시 공직자들과 함께, 시민의 말씀을 듣고, 시민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챙기고, 시민의 내일을 든든하게 하는 시민의 마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