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3.12.30 15:26:19
[프라임경제] 횡령·배임·탈세·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3차 공판이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이 회장은 이날 역시 신장 이식수술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고려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휠체어를 타고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좁은 재판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 이 회장 측 의료진은 재판 1시간이 지나자 판사에게 퇴정 양해를 구했고, 이 회장은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재판장을 떠났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용관) 심리로 진행된 이 회장에 대한 3차 공판에서 검찰과 이 회장 변호인 측은 부외자금(비자금) 사용처를 두고 증인심문 및 공방을 벌였다. 이날 증인 출석한 이모씨는 1994년부터 2006년까지 CJ 재무팀에서 근무, 2002년부터는 재무팀장으로 재직했다.
◆매달 현금 전달 '인정' 재무2팀 "공적 용도였을 것"
3차 공판에서 이씨는 검찰과 이 회장 변호인 측 심문에서 이 회장의 부외자금 조성과 CJ 재무2팀에 현금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CJ 재무2팀은 검찰이 이 회장의 부외자금을 관리한 부서로 지목한 부서다. 이씨는 "회장실 재무2팀에 매달 시제를 인출해 현금을 전달했고, 액수는 한 달 3000만~5000만원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전달된 현금의 용처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씨는 "정확한 용처는 알 수 없지만 임직원 회식비나 격려비, 복리후생비 등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매달 회장실에 현금을 전달할 것은 사실이지만 이 회장 개인 용도가 아닌 공적 용도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무2팀에서 작성한 일계표를 증거 삼아 "1998년 한 해 동안 약 148억원이 재무2팀에 전달됐다"면서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12억원 정도로 계산된다"로 말했다.
이어 "2002년 12월 일계표를 보면 2002년 12월에만 9억원이 전달됐다. 이 두 가지 경우만 보더라도 재무2팀에 전달된 현금은 매월 약 10억원 아니냐"며 "증빙 자료가 없거나 증빙하기 어려운 이유는 회사와 무관하게 사용된 것으로 부외자금 용처는 이 회장 개인용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 변호인 측은 "부외자금이 가장 많았던 해인 1998년 일계표만 보고 매달 현금 12억원을 전달했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며 "회사가 상여금 지급 시 임직원이 부담해야 할 소득세를 부외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공적용도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또 변호인 측은 "재무2팀이 이 회장 개인재산 관리도 맡았지만 이는 오히려 부수적인 임무였고, 주된 업무는 회사에 대한 업무를 주로 처리하던 부서였다"고 덧붙였다.
◆부외자금 조성, 삼성그룹 계열 분리 전부터 관행
이날 공판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CJ가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가 되기 전부터 부외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 일부가 삼성그룹에 전달됐다는 증언이다.
이 회장 변호인 측은 이씨에 대한 증인심문에서 "이 회장이 CJ를 맡기 전부터 현금성 자금 조성은 관례가 되어 있었다"면서 "삼성 계열사였던 제일제당이 1995년도에 계열분리됐는데 이 전부터 부의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이씨는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변호인 측은 "CJ의 부외자금 조성은 계열분리 이후에 새롭게 시작된 것이 아니라 계열분리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라면서 "CJ내부에서 업무상 사용하기도 했지만 모그룹 삼성에 전달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씨는 "당시 직원부터 대리까지 부외자금을 삼성에 전달하고 '그룹 공통 경비'로 기재된 영수증을 받아왔다"면서 "1988년부터 1992년까지는 직접 전달했고, 이후에도 전달 됐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씨에 따르면 삼성에 전달된 자금은 금융실명제 이전이었기 때문에 차명수표로 전달했고,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횟수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5000만원에서 1억 사이의 금액이 삼성에 건네졌다.
한편, 이날 공판을 통해 드러난 재무2팀에 전달된 부외자금은 8년간 약 603억원에 이른다. 이씨는 603억원의 용처에 대해 구체적인 사용내역은 알지 못한다는 대답을 거듭했다.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 회장 개인 용도가 아니라 공적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다름 임원처럼 필요할 때마다 현금성 자금을 받아쓰면 될 것을 이 회장만 구분해서 돈이 실제 필요한지 어떤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정액을 계속 전달하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과연 회사를 위해 사용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회사 운영에 자금이 필요하다면 이 회장만을 위해 자금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경비를 조성하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7일 오전 10시에 진행되고, 14일 결심공판에 이어 2월 선고공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