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자들은 일반적으로 건설현장 취재를 꺼리며, 취재 중에도 전화취재 외에 대면 취재를 삼가고 있다. 건설회사 관계자들이 워낙 드센 것도 있지만,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얼마 전 알고 지내던 선배 기자가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살고 있다. 건설현장을 취재하던 중 교통비 명목의 금품을 받았다가, 그 건설사의 고발로 쇠고랑을 찬 것. 협박에 못 이겨서 돈을 건넸다는 취지의 고발이었다.
최근 전남 건축사들의 '방 쪼개기'와 '옥탑방 증설' 설계·감리, 그리고 허술한 사용검사 관행을 바로 잡으려던 전남도 J모 사무관이 100여만원의 향응·금품수수 혐의로 직위해제됐다.
이유야 어쨌거나 업무 관련자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은 것은 공무원의 직분을 망각한 행동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건축사들에 대한 무더기 행정조치 후 건축 담당 J사무관의 직위해제 배경이 왠지 석연찮다.
J사무관은 올 초 전남 순천지역 지도점검 때 1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하고, 세 끼 식사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3끼 식사는 도청과 순천시청 공무원, 그리고 건축사협회 소속 건축사들이 참석했다. 이달 중순 감사실에 J사무관의 비위사실이 적시된 민원은 아마도 여기에 참석했던 이들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기자는 지난 4일 '전남 건축사들, 다세대 주택 편법설계 빈축'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취재하던 중 J사무관과 인터뷰했다. 당시 J사무관은 "많은 외압이 있다. 공식·비공식적으로 '전출보내겠다' '직위해제시키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일부 건축사들로부터 들었다"면서 "제가 향응이나 금품을 받았다면 직위해제시켜도 좋다고 명창환 안정행정국장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건축직이지만, 전남지역 원룸의 편법 설계 관행을 깨지 않으면, 앞으로 그 피해는 도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면서 행정조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소송에도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J사무관은 일부 건축사들의 공언처럼 직위해제 됐다. J사무관이 청렴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그 보다 뇌물을 공여한 건축사들의 행태도 씁쓸함을 남긴다.
필자는 당시 기사와 관련, 건축사 2명으로부터 심한 항의전화를 받았다. 설계와 감리 건축사가 잘못한 일을 사용검사 대행자(건축사)가 책임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게 요지다. 이들은 이 같은 불합리함을 바로잡기 위해 현재 30여명의 건축사들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자는 취재의 근거가 됐던 제보와 행정조치의 근거가 된 법령, 그리고 행정조치를 받은 건축사와의 인터뷰 등을 소개하며, 기사의 팩트가 정확히 전달됐음을 얘기했다. 만약 필자의 설명이 부족하고, 억울한 점이 있다면 근거자료를 가지고 만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두 건축사 모두 연락이 없다.
올 초에 이뤄진 금품수수 사실이 이달 초 무더기 행정조치가 이뤄진 뒤 민원을 통해 감사실에 전달됐다. 건축사와 관련 없는 일반인에 의해 민원이 제기됐지만, 아마도 건축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해당 민원은 최근 취하됐다. 그러나 전남도 감사실이 이를 인지한 시점부터 범죄행위가 성립되기 때문에 J사무관에 대한 중징계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도 문제지만, 업무 담당자에게 금품을 건네고 3끼 식사를 함께 한 건축사들도 공범들이다.
일련의 상황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너무 답답하다. 건축사들에 대한 무더기 행정조치가 전남 건축사들의 영업활동을 상당히 위축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