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위대한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군사적으로도 업적을 많이 남겼습니다. 늘 이긴다고 해서 로마인들로부터 한동안 '상승장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적도 있죠.
그런데 역사 저술가인 시오노 나나미가 어느 책에서 언급하기로는, 군사학에서는 카이사르의 업적에 대해 FM(Field Manual, 야전교범)으로 가르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여긴다고 합니다. 잘한 것은 사실인데 어느 경우에나 누구에게나 가르칠 만한 보편타당성을 가진 '교과서적인 기본형'으로는 뭔가 안 맞는 구석이 있다는 뜻인 듯합니다.
로마 관련 사례 중에서 굳이 교과서형으로 가르칠 만한 경우는 한니발의 칸나에 전투가 많이 활용되죠. 자, 그럼 차이가 무엇인지 느껴지시나요? 아마 기본적으로 누구나 배울 만한 필수과목 같은 사례인지, 선택과목이나 고급형 사례에 걸맞은 사례인지가 갈림길 아닌가 싶습니다.
두 가지 중 꼭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얘기할 것은 아니겠으나 특정인의 개성과 천재성이 없으면 참고로 삼기 어려운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분명 있을 것입니다.
각설하고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퇴임식을 실시했습니다. 이제 연말 취임식에 이어 2014년 신년에는 본격적으로 후임 행장이 새 시대를 열게 됩니다.
그 어느 곳보다 보수적인 색깔이 강하다는 평을 들어온 기업은행이지만 몇 년 새 그런 세평을 지우는 과정을 걸어왔습니다. 조 행장의 선임인 윤용로 전 행장의 시대에도 그러했지만 조 행장의 재임기에는 열심히 노력하는 행원에게 보상이 돌아가게 한다는 원칙을 세우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는데요.
기본을 확인하는 동시에 조 행장 시대의 기업은행은 원샷 인사 정착과 5대양 6대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등에서 성과를 거뒀습니다.
사실 몇 년 새 은행계 더 넓게 금융권을 생각해 보면, 떠나면서 후임자에 의해 곧장 폐기되고 바로 잊혀질 시도를 한 고위 금융계 수장들이 적지 않았고, 당장은 성과가 나는 듯 조직을 쥐어짜지만 막상 몇 년 후에는 그 파급효과로 조직이 힘들어지는 단기성 이벤트 시도를 하는 최고경영자(CEO)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조 행장의 재임기에 시도된 많은 시도들의 특징이랄까 미덕이라면, 후임으로 일을 이어받는 이에게 무리를 줄 정도로 독창적이거나 파괴와 창조를 통한 혼란의 부산물이 너무 크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첫 내부 승진 출신 기업은행장이라는 특징에서 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직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어디에 변화포인트를 어떻게 줘야할지 적절히 시도했던 노력으로 평가받아도 손색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차기 행장의 시대에 수정이 없지 않겠으나, 근래 진행됐던 많은 성과들은 일회성 이벤트로 사라지는 대신 행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교과서형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 너무 성급한 이야기일까요.
앞으로 기업은행인들이 조 행장의 시대를 어떻게 회상할지 이때의 많은 일들을 어떻게 되새겨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갈 지 주목해보고 싶습니다.